식물성 식단 확대하면 곡물도 늘까…식용·사료용 구분해야

식물성 식품 소비가 늘어나는 식단 전환이 모든 작물의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직접 먹는 농산물과 가축 사료 등으로 쓰는 농산물의 수요를 구분하고, 전망에 적용된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 곡물과 채소·콩류의 다른 방향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7월 15일 발표된 매슈 깁슨 등 국제 연구진의 연구는 세계 경제모형 10개를 활용해 2050년 식량체계 전환을 분석했다. 2050년까지 모든 지역에서 EAT–Lancet 건강 식단 기준을 달성한다고 가정하고, 작물·축산 생산성 향상과 식품 손실·폐기 50% 감축을 함께 적용한 시나리오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는 2050년 기준 전망과 비교하면 곡물 생산량 변화율의 모형 간 중앙값은 23% 감소였다. 10개 모형 모두 감소를 나타냈지만 감소 폭은 3~36%로 달랐다. 곡물에는 밀·쌀·잡곡류가 포함되며, 사람이 먹는 용도뿐 아니라 사료와 기타 용도 생산도 합산됐다. 반면 채소·과일·견과·콩류를 묶은 생산량 변화율의 모형 간 중앙값은 23% 증가였다. 이 항목을 산출한 9개 모형 중 6개가 증가를 보였고, 전체 결과는 45% 감소부터 53% 증가까지 분포했다. 묶음의 증가율을 콩이나 채소 한 품목의 성장률로 적용할 수는 없다. ◆ 사료 비중 8%포인트의 의미 전환 시나리오에서는 전체 농업 생산 가운데 동물 사료로 향하는 비중이 기준 전망보다 8%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사료 생산량이 8% 줄었다는 뜻도, 곡물만의 사료용 비중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뜻도 아니다. 사람이 직접 먹을 식물성 식품의 수요가 늘더라도 사료 등 다른 용도의 수요가 달라지면 전체 생산 방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번 곡물 생산 감소분을 전부 사료 수요 변화의 효과로 돌릴 수는 없다. 연구 결과에는 식단과 생산성, 손실·폐기 감축 조건이 함께 반영됐다. ◆ 식단만 바꾼 효과와는 구분 이러한 생산량 변화율은 현재 대비 실측 변화가 아니라, 같은 2050년의 두 전망을 비교한 결과다. 한국의 생산 전망이나 개별 기업의 판매 예측으로 옮겨 쓸 수도 없다. 건강한 식단 시나리오를 모든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 비건 식단과 동일하게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연구는 소비자의 식단 선호가 별도 비용 없이 바뀐다고 가정했으며, 소비자가 실제 식품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지는 명시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식단 전환의 가능성을 읽을 때 생산량의 방향뿐 아니라 어떤 용도를 합산했는지, 무엇과 비교했는지, 현실에서 필요한 전환 조건은 무엇인지까지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2026-10-09
플라스틱 재활용, 선별 원료의 ‘순도’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

플라스틱을 선별해 모은 원료의 순도가 비슷하면 재활용 품질도 같다고 볼 수 있을까. 올해 6월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네덜란드 선별시설 연구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측정 지표부터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 순도와 수분·오물은 다른 지표 연구진은 가정에서 따로 모은 플라스틱 포장재·금속·음료팩(PMD)과 혼합 생활폐기물에서 나중에 선별한 물질을 비교했다. 고분자 순도는 선별 원료에서 목표 플라스틱 성분이 차지하는 비율로, 논문은 이를 건조중량 기준으로 설명한다. 반면 부착 수분·오물 지표(LAMD)는 세척 전 질량과 세척·건조 후 질량의 차이를 바탕으로 한다. 세척 전 시료 질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므로 건조된 재료의 성분 비율과 같은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경질 폴리프로필렌(PP) 선별 원료의 이 지표는 분리수거 경로에서 12.1%, 후선별 경로에서 17.6%였다. 따라서 이 값만으로 재생제품 전환율을 알 수는 없다. 재활용 관련 수치를 읽을 때는 우선 그 숫자가 어떤 질문에 답하는지 살펴야 한다. 성분을 묻는 질문에 수거량을 제시하거나, 원료 상태를 설명하는 수치로 완성품 성능을 답하면 측정 대상이 바뀐다. ■ 같은 시설이어도 조건은 달랐다 시료는 2023년 4월과 6월에 채취했다. 주요 비교는 한 시설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유입 지자체를 정확히 특정하지 못했으며 일부 재질은 채취 위치도 달랐다. 여러 시설의 반복 검증은 아니다. 개별 경질 폴리에틸렌 용기에서는 분리수거 쪽 수분·오물이 더 많은 사례도 있었다. 재질과 시료 단위에 따라 비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 원료 분석과 재생제품 평가는 구분 논문은 선별 원료를 분석하고 재생재 품질을 예상했다. 완성품 성능을 직접 시험한 연구는 아니다. 해외 PMD 체계의 결과를 국내 분리배출에 그대로 적용하는 근거로 삼기도 어렵다. 이를 읽는 독자는 세 가지를 물어볼 수 있다. 비교한 시료의 재질과 채취 조건이 같은가. 실험실에서 여러 번 측정한 것과 여러 시설에서 확인한 것을 구분했는가. 최종 제품 성능까지 확인했는가. 이 질문은 연구 결과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찾기 위한 것이다. 소비자가 재활용 관련 설명을 읽을 때는 ‘순도’나 ‘회수량’이 어느 단계의 수치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분을 포함한 무게인지, 건조 후 성분 비율인지, 최종 재생재 수율인지 구분하면 하나의 숫자로 전체 재활용 성과를 판단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자료: Schmuck 외, Nature(2026). DOI: 10.1038/s41586-026-10606-4.

2026-10-09
식물성 대체식품의 유사도, AI가 얼마나 맞혔나

식물성 대체식품 가운데 어떤 제품이 동물성 식품과 더 비슷하게 느껴지는지 예측하는 인공지능 평가 체계 ‘테이스트벤치(TasteBench)’가 제시됐다. 소비자가 직접 맛본 평가를 기준으로 모델을 시험하는 방식이다. 이달 arXiv에 공개된 논문에서 연구진은 식물성·채식 대체식품 215종, 24개 제품군의 평가 자료를 분석했다. 스탠퍼드대와 푸드 인텔리전스 랩, 넥타(NECTAR), 토론토대 소속 연구진이 참여했다. 저자들은 공개 논문에 인공지능 학술대회 뉴립스(NeurIPS) 2026의 평가·데이터셋 부문에 채택됐다고 기재했다. 연구의 중심 과제는 같은 제품군에서 두 대체식품 중 어느 쪽이 동물성 비교 제품과의 유사도 평균 점수가 높은지 맞히는 것이다. ■ 맛 선호도와 유사도는 별도 평가 원자료를 제공한 넥타는 미국 외식 공간에서 진행한 블라인드 시식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2025년 보고서는 버거·너겟·소시지 등 식물성 육류를, 2026년 보고서는 우유·치즈·아이스크림 등을 대체한 제품을 다룬다. 넥타의 공개 대시보드는 풍미·식감·외관·유사도 등의 평가 항목과 제품 간 선호 비교를 구분한다. ‘고기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가 더 좋아한다’는 뜻으로 곧바로 옮기기 어려운 이유다. 논문의 전체 제품군 내 비교는 935쌍이다. 최고 모델의 순위 예측 정확도는 68.3%로, 무작위로 고르는 기준값 50%보다 높았다. 개인 시식 참가자와 같은 비교쌍으로 범위를 맞췄을 때 모델 성적은 66.1%, 개인 참가자 정확도의 중앙값은 65.0%였다. 두 평가 범위를 섞어 AI가 사람보다 크게 뛰어났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은 참가자 간 판단 차이와 자료의 범위도 한계로 적었다. 표본은 미국 두 도시에서 모집한 소비자들로, 다른 시장이나 훈련된 관능평가자에게 결과가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실제 식감·맛·향을 충분히 담지 못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국내 소비자의 기호를 예측한 연구로 볼 수는 없다. ■ 공개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 연구와 연결된 캐글 경진대회에서는 제품의 원재료와 영양 정보를 제공하고, 두 제품 중 유사도 평균 점수가 더 높은 쪽을 예측하도록 한다. 참가자에게 관능평가 정답이 붙은 학습 자료는 제공하지 않는 방식이며 외부 자료 활용은 허용한다. 연구 논문의 실험 성적과 경진대회 참가자의 점수를 비교하려면 각각 어떤 자료와 평가 조건을 사용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저자들의 공식 코드 저장소도 결과 재현과 원자료 접근을 나눠 안내한다. 공개된 예측 결과와 분석 산출물로 표·그림의 수치를 확인하는 절차를 제공하지만, 넥타의 원래 관능평가 자료와 제품 정보 등을 이용해 처음부터 실험을 재현하려면 별도의 접근 절차가 필요하다. 자료가 공개됐다는 설명만으로 모든 제품명과 개별 시식 점수를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이번 연구를 읽을 때 주목할 것은 모델의 정확도와 함께 예측 대상이다. 특정 대체식품이 비교 제품을 얼마나 닮았는지, 실제로 먹었을 때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다시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는 각각 확인해야 할 질문이다. 이번 성적은 정해진 제품군의 유사도 순위를 맞힌 결과로 이해해야 하며, 개별 제품의 맛이나 구매 만족도를 보증하는 표시로 쓰기는 어렵다.

2026-10-08
의류관리기 한 벌 건조, 전력량은 옷 수만큼 안 줄었다

의류관리기에 셔츠 한 벌만 넣으면 소비전력량도 옷 수에 비례해 줄어들까. 한국소비자원이 9월 16일 공개한 3개 모델의 시험값을 계산하면, 한 벌 건조에 쓴 전력량은 최대용량을 채웠을 때의 49.9~95.0%였다. 옷을 5벌에서 1벌로, 또는 3벌에서 1벌로 줄여도 전력량이 각각 5분의 1이나 3분의 1로 줄지는 않았다. 시험은 세탁·탈수한 표준셔츠를 초기 함수율 약 43%인 상태에서 건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삼성전자 DF90H24R4D와 LG전자 SC5MSR82S는 최대 5벌을 AI건조 코스로, 코웨이 FAD-02S는 최대 3벌을 표준건조 코스로 시험했다. 세 제품 모두 추가 건조가 필요 없는 양호한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시험 모델은 5벌에 521Wh, 1벌에 260Wh를 써 한 벌 운전의 전력량이 최대용량 때의 49.9%였다. LG전자 모델은 5벌 686Wh에서 1벌 516Wh로 줄어 75.2%였고, 코웨이 모델은 3벌 441Wh에서 1벌 419Wh로 줄어 95.0%였다. 이 비율은 절감률이 아니라 한 벌 운전에 쓰인 전력량의 비중이다. 최대용량 운전의 전력량을 셔츠 수로 나누면 한 벌당 삼성전자 모델 104.2Wh, LG전자 모델 137.2Wh, 코웨이 모델 147.0Wh다. 한 벌만 넣었을 때의 260Wh, 516Wh, 419Wh는 각각 이 값의 약 2.5배, 3.8배, 2.9배다. 소량 운전은 1회 총전력량이 적었지만, 처리한 옷 한 벌에 배분되는 전력량은 더 많았다. 이는 공개 시험값으로 산출한 평균과 배수다. 한 벌 운전을 여러 번 반복한 누적 사용량을 직접 측정한 결과나 가정의 절약률을 뜻하지 않는다. 제품별 최대용량과 시험 코스가 다르므로 총전력량만으로 브랜드 전체의 성능 순위를 매기거나 AI 기능 일반의 절전 효과로 확대할 수도 없다. 발표 자료의 연간 전기요금 7600~9100원은 건조코스와 별개의 수치다. 최대용량으로 표준스타일링 코스를 연 144회 사용하고 전력 1kWh당 160원을 적용해 환산한 금액이다. 표준스타일링의 1회 소비전력량 332~397Wh를 바탕으로 했으므로 한 벌 건조를 자주 할 때의 비용이나 매일 사용하는 가정의 실제 청구액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소비자원은 당시 LG전자 시험 모델이 같은 조건에서도 AI건조 작동시간에 1시간 이상 편차를 보일 수 있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LG전자는 ThinQ 앱을 통한 알고리즘 자동 업데이트와 앱 미사용자의 요청에 따른 무상서비스 계획을 회신했다. 이번 전력량 비교는 9월 발표 당시 시험값에 한정되며, 업데이트 이후 성능을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한 벌씩 사용하는 가구에는 최대용량 전력량과 소량 운전 전력량이 서로 다른 판단 자료가 된다. 전자는 여러 벌을 함께 처리할 때의 수치이고, 후자는 한 벌만 필요할 때 드는 전력량이다. 연간 요금에는 코스와 사용 횟수라는 별도 조건이 붙으며, 실제 전력량은 의류 소재와 무게, 수분 상태,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2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