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케이지 논란은 남았다

  • 등록 2026.05.15 14: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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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9월 기준 강화 앞두고 농가 80% 이행계획 제출…동물단체 “감금틀 사육 폐지해야”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 정책이 현장 이행 단계에 들어섰지만, 기존 케이지 사육 구조를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지를 두고 동물복지 논란은 남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준 강화는 마리당 최소 사육면적을 넓히는 조치로, 케이지프리 전환과는 구분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중앙·지방정부와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 추진 태스크포스’ 3차 회의를 열고 농가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정책의 핵심은 기존 케이지 기준인 마리당 0.05㎡를 개선 케이지 기준인 0.075㎡로 확대하는 것이다. 당초 시행 시점은 2025년 9월이었으나 계란 수급과 가격 불안 우려로 2027년 9월까지 민간 자율 방식으로 유예됐다.

 

관행사육 농가는 2025년 8월 718개소에서 올해 5월 655개소로 줄었다. 전체 산란계 농가 1685개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43%에서 39%로 낮아졌다. 관행사육 농가 655개소 가운데 521개소는 사육밀도 개선 이행계획서를 제출했고, 32개 농가는 시설개선 등을 통해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쟁점은 개선의 범위다. 달걀 껍데기에 표시되는 사육환경번호는 1번 방사, 2번 평사, 3번 개선 케이지, 4번 기존 케이지로 구분된다. 이번 정책이 목표로 하는 0.075㎡는 3번 개선 케이지 기준이다. 0.05㎡를 정사각형으로 환산하면 한 변이 약 22.4cm이고, 0.075㎡는 약 27.4cm다. 사육면적은 늘어나지만 닭이 케이지 밖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사육 방식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동물보호단체는 면적 확대만으로는 산란계 복지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마리당 사육면적을 0.05㎡에서 0.075㎡로 늘리는 것은 가로와 세로를 각각 약 5cm 넓히는 수준”이라며 “산란계 복지를 위해서는 배터리 케이지와 감금틀 사육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도 시설 전환에 맞춰져 있다. 산란계 농가에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약 1250억 원 규모의 시설개선 융자가 지원되고 있다. 사육마릿수를 늘리지 않는 조건의 시설 증축 허용, 농업용 건축물 건폐율 완화, 케이지 단수 확대 같은 규제 개선도 병행된다. 농가 부담을 낮추는 조치지만, 케이지 사육을 전제로 한 구조 개선이라는 한계도 함께 갖는다.

 

해외에서는 기존 배터리 케이지를 넘어 케이지프리 전환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2년부터 비개선형 케이지를 금지했지만, 개선 케이지와 대체 사육 방식은 허용하고 있다. 이는 사육면적 확대가 동물복지 개선의 한 단계가 될 수는 있어도, 케이지 사육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는 조치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소비자 정보 제공이 과제로 남는다. 난각번호를 통해 사육환경을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 구매 과정에서는 가격·등급·신선도 정보가 더 크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동물복지 관점에서 계란을 선택하려는 소비자에게는 3번과 4번의 차이뿐 아니라 1번·2번과 케이지 사육 방식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은 기존 관행사육을 줄이는 제도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책 평가는 농가 이행률에 그치지 않고 사육방식 변화, 난각번호 정보 접근성, 공공급식과 유통업계의 조달 기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이지현 동물복지전문기자 jhlee@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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