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쓰이고 있지만, ‘생분해’라는 표시만으로 친환경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소재 자체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느 기간 안에, 어떤 방식으로 분해되는지다. 환경표지 인증기준 EL724는 생분해성 합성수지 제품 가운데 자연환경에서 회수가 곤란하거나 사용 중 오염돼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인증이 모든 일회용품의 친환경성을 포괄적으로 보증하는 구조는 아니다.
환경당국은 기존 생분해 플라스틱 인증기준의 한계를 이미 지적한 바 있다. 2022년 설명자료에서는 기존 산업 퇴비화 조건이 58℃에서 180일 이내 90% 이상 분해되는 방식이라고 밝히고, 일반 토양 생분해는 20~28℃에서 24개월 이내 90% 이상 분해되는 조건으로 구분했다. 당시 당국은 한계가 있는 기존 인증기준의 신규 인증을 중지하고 유효기간에 따라 2024년 말 종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증 기준과 소비자 인식 사이의 간극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24년 12월 발표한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 실태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제품 80개 모두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광고를 하거나 시험성적서·인증서를 판매 페이지에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4개 제품은 별도 퇴비화 시설에서 분해 가능한 제품임에도 ‘자연 생분해’, ‘100% 생분해’ 등 인증 내용과 다른 표현을 사용했고, 7개 제품은 음식물쓰레기와 함께 배출할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처리 방법을 안내했다.
배출 단계의 혼선도 크다. 생분해 제품은 사용 후 별도로 수거해 퇴비화하는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 종량제봉투에 담아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원 조사에서 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소비자는 500명 중 91명, 18.2%에 그쳤고, 409명은 토양에 매립하면 자연 분해되거나 재활용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생분해 제품이 플라스틱 재활용 흐름에 섞일 경우 오히려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 정보 제공에서 함께 다뤄져야 한다.
기술 개발은 진행 중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10월 국내 토양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분해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미생물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균주는 PBS와 PBAT를 분해하는 활성을 보였고, 실험에서는 PBS 필름 일부를 원료물질 상태로 분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런 연구 성과가 곧바로 생활폐기물 배출 체계의 변화나 일반 제품의 자연 분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생분해 플라스틱 논의는 소재 개발만으로 끝나기 어렵다. 제품 표시에는 분해 조건, 배출 방법, 인증 범위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돼야 한다. 처리 단계에서는 별도 수거, 퇴비화 시설, 재활용 흐름과의 분리 여부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제로웨이스트 전환의 보조 수단이 되려면 ‘친환경’ 문구보다 사용 후 처리 현실을 먼저 정리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