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대체식품, 맛은 가까워졌지만 선택 기준은 더 까다로워졌다

  • 등록 2026.06.01 13: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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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품군은 육류와 근접한 평가…가격·식감·조리 편의성이 시장 확산 변수로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이 초기 호기심 단계를 지나면서 소비자의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맛과 식감이 개선된 제품군이 늘고 있지만, 반복 구매 단계에서는 가격, 조리 편의성, 원료 정보, 건강 이미지까지 함께 고려된다. 환경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만으로는 시장 확산을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국내 식품 표시 기준에서 대체식품은 동물성 원료 대신 식물성 원료, 미생물, 식용곤충, 세포배양물 등을 주원료로 사용해 기존 식품과 유사한 형태와 맛, 조직감을 갖도록 만든 식품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비건 소비자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분야는 콩, 완두, 밀, 버섯 등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대체육과 식물성 가공식품이다.

 

올해 3월 공개된 대규모 블라인드 관능평가 연구는 식물성 대체식품의 현재 위치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14개 제품군을 대상으로 2684명의 소비자가 참여한 평가에서 식물성 제품은 전체 평균으로는 동물성 기준 제품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빵가루를 입히지 않은 치킨 필레, 치킨 너깃, 버거 등 일부 제품군에서는 7점 척도 기준 평균 선호도 차이가 0.1~0.3점 수준으로 좁혀졌다.

 

이 결과는 식물성 대체식품이 모든 품목에서 육류와 같은 평가를 받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뜻은 아니다. 제품군에 따라 격차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공 형태가 익숙한 버거와 너깃류에서는 맛의 차이가 줄었지만, 육류의 결, 육즙, 씹는 감각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제품에서는 여전히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맛의 벽은 단순히 고기 맛을 얼마나 비슷하게 구현하느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감칠맛, 뒷맛, 육즙감, 부드러움이 소비자 선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식물성 원료 특유의 향을 줄이면서도 지나친 조미나 가공감을 낮추는 것이 제품 개발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국내 소비자 조사에서도 맛은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나타났다.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는 식물성 육류 대체식품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인으로 맛을 꼽은 응답이 52.68%로 가장 많았다. 구매하지 않는 이유에서도 맛이 48.0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같은 요인이 구매 동기이자 장벽으로 동시에 작용하는 셈이다.

 

시장 흐름도 소비자 선택이 더 까다로워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굿푸드인스티튜트는 2025년 세계 식물성 고기·해산물 소매 판매액을 66억 달러로 추정했다. 식물성 고기·해산물을 포함한 주요 식물성 식품 시장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식물성 고기와 해산물은 지역별로 성장과 둔화가 엇갈렸다. 특히 미국 소매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판매액과 판매량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대체식품 시장이 단순한 가치소비 시장을 넘어 일반 식탁 안에서 기존 육류와 경쟁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소비자는 식물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선택하기보다 맛, 가격, 조리 편의성, 영양 정보를 함께 비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자료에서는 2025년 식물성 고기와 해산물을 구매한 가구의 96%가 동물성 고기도 함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도 확산의 제약 요인이다. 소비자가 호기심으로 한 번 구매하는 것과 일상적으로 장바구니에 넣는 것은 다르다. 맛이 비슷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크거나 조리 방식이 낯설면 반복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외식 메뉴에서는 조리 편의성과 공급 안정성, 소매 제품에서는 가격과 보관성, 조리 후 식감이 함께 작용한다.

 

건강 이미지 역시 양면성이 있다. 식물성 대체식품은 동물성 원료를 줄인다는 점에서 환경과 동물복지 관점의 선택지로 제시돼 왔다. 그러나 일부 제품은 나트륨, 포화지방, 첨가물, 초가공식품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고기를 흉내 낸 제품이 아니라 맛과 영양, 원료 정보가 함께 설득력 있는 식품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소비자 선택은 단순한 호기심보다 실제 사용 경험에 좌우된다. 제품명이나 콘셉트보다 조리 후 식감, 보관 편의성, 가격 부담이 반복 구매 여부를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식물성 대체식품의 맛은 개선되고 있다. 다만 시장이 넓어지려면 일부 제품의 기술적 성취를 넘어 일상식으로 받아들여질 만큼의 가격, 품질, 접근성이 필요하다. 비건과 플렉시테리언 소비자를 넘어 일반 소비자가 다시 찾는 제품이 늘어날 때, 식물성 대체식품은 대체재가 아니라 하나의 식품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김민영 기자 min@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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