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대응, 에어컨보다 도시 그늘이 먼저다

  • 등록 2026.06.05 14: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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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환경계획 50@50 캠페인 가동…냉방 수요보다 적응 인프라가 과제

 

극심한 폭염이 도시의 주요 기후위험으로 떠오르면서 대응 방향이 에어컨 보급을 넘어 그늘, 녹지, 건물 설계, 공공 냉방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른 냉방 수요는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기반시설 문제이지만, 전력 소비와 냉매 사용이 늘어날 경우 또 다른 기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복합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은 지난 2일 ‘50℃ 세계’를 피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한 ‘50@50’ 캠페인을 발표했다. 세계 50개 이상 도시가 참여한 이 캠페인은 극심한 열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 차원의 냉방 접근성, 그늘, 녹지, 건물 설계, 공공 냉방 공간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도시 폭염은 평균기온 상승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많은 도심은 낮 동안 열을 흡수하고 밤에도 쉽게 식지 않는다. 주거 환경, 소득 수준, 노동 형태, 이동 수단, 공원 접근성에 따라 같은 폭염을 겪는 방식도 달라진다. 냉방 설비가 있는 실내에 머물 수 있는 사람과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의 위험은 동일하지 않다.

 

유엔환경계획의 ‘글로벌 쿨링 워치 2025’는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세계 냉방 수요가 2050년까지 3배 이상 늘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냉방 경로를 적용하면 2050년 예상 냉방 부문 배출량을 기준 전망보다 64% 줄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가 함께 이뤄질 경우 냉방 관련 잔여 배출량을 더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담겼다.

 

폭염 시기 이동과 대피 방식을 살핀 연구도 냉방 접근성의 차이를 보여준다. 가디언은 지난 4일 브라질, 중국, 프랑스, 인도, 나이지리아, 튀르키예, 미국 등 7개국의 2022~2023년 폭염 기간 모바일 위치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폭염 때 주로 실내에 머물렀고, 쇼핑몰과 공원 같은 공간도 더위를 피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문제는 냉방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냉방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에어컨은 폭염 피해를 줄이는 수단이지만, 설치비와 전기요금 부담이 크고 전력망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와 도시들은 에어컨 보급만이 아니라 자연 환기, 차양, 옥상·벽면 녹화, 도심 나무 그늘, 고효율 냉방기기, 냉방센터 운영을 결합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름철 폭염이 반복되면서 무더위쉼터, 취약계층 냉방비 지원, 야외 노동자 보호, 도심 녹지 확충의 실효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폭염 대응은 일시적 재난 관리가 아니라 주거·노동·도시계획·에너지 정책이 맞물린 적응 정책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세연 기자 seyeon@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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