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는 서울시의 비둘기 먹이주기 단속 강화를 계기로 도심 비둘기 관리와 동물복지 쟁점을 5회에 걸쳐 짚는다. 4편은 집비둘기가 도시에 정착하게 된 배경과 관리 책임 논쟁을 다룬다. [편집자주] |
도심 비둘기는 오래전부터 사람 곁에 머물러 온 조류다. 오늘날 공원과 광장, 지하철역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집비둘기는 처음부터 도시의 ‘문제 동물’로만 존재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비둘기를 길들이고, 기르고, 상징으로 활용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비둘기는 사람이 만든 공간에 적응했다.
집비둘기의 원종은 비제비둘기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집비둘기를 비제비둘기에서 개량돼 만들어진 품종으로 설명하며, 국내에서는 도심, 공원, 하천, 강 등 다양한 지역에 서식하고 사람에게 적응한 종이라고 소개한다. 건물 틈과 교량, 역사, 공원 구조물은 절벽이나 바위 틈에 둥지를 틀던 조류가 머물기 쉬운 도시형 서식 공간이 됐다.
비둘기는 오랫동안 인간 사회에서 여러 방식으로 활용됐다. 식용, 전서구, 관상용, 경주용 비둘기처럼 인간이 목적에 따라 기른 집단이 있었고, 일부는 도시 환경에서 야생화됐다. 해외 연구에서도 도시 비둘기는 가축화된 비제비둘기에서 유래한 집단으로 설명된다. 지금의 도심 비둘기는 야생성과 인간 의존성이 겹쳐 있는 존재에 가깝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도 사용돼 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개회식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살아있는 비둘기를 날려 보내던 관행이 있었고,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에는 살아있는 비둘기 방사가 상징적 연출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서울올림픽 사례는 비둘기가 국가 행사와 대중적 상징 속에서 어떻게 소비돼 왔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다만 서울올림픽의 비둘기 방사와 현재 도심 비둘기 개체수 문제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도심 비둘기 증가는 특정 행사 하나로 설명되기보다 도시 구조, 먹이 접근성, 번식 공간, 인간의 관리 방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과거의 상징 활용은 역사적 배경일 수 있지만, 현재의 개체군 형성 원인을 단선적으로 설명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국내에서는 2009년 집비둘기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서 행정 관리 대상이 됐다. 당시 환경부는 분변과 털날림 등으로 생활환경 피해와 민원이 발생했지만 이를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취지로 집비둘기를 관리 대상에 포함했다. 이후 지자체는 허가 절차를 거쳐 포획 등 관리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지정은 비둘기가 본질적으로 해로운 동물이라는 의미라기보다, 도시에서 일정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행정적 분류에 가깝다. 그러나 유해야생동물이라는 명칭은 시민 인식에서 비둘기 전체를 혐오 대상으로 보는 시각과 쉽게 결합할 수 있다. 관리 필요성과 동물 낙인은 구분해 다룰 필요가 있다.
결국 집비둘기 논란은 “비둘기가 왜 도시에 있느냐”는 질문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인간은 비둘기를 길들이고 이용해 왔고, 도시는 비둘기가 먹이를 찾고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했다. 지금의 갈등은 비둘기가 도시로 들어왔다는 문제보다, 도시가 이미 함께 살게 된 동물을 어떤 기준으로 관리할 것인지의 문제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