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비건 관광의 빈칸, 메뉴 표시와 응대 체계

  • 등록 2026.06.16 17: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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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행사 이후 지역 식당·관광 안내소 수용태세 과제

 

비건 관광이 지역 축제와 미식 행사에서 관광 현장의 상시 서비스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강원관광재단이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춘천에서 진행한 ‘2026 강원 비건 푸드 페스타’는 지역 식재료와 비건 식문화를 연결한 사례였지만, 행사 이후 과제는 여행객이 일상적인 관광 동선에서도 비건 선택권을 확인할 수 있는지에 있다.

 

비건 관광객에게 필요한 정보는 단순히 채식 메뉴의 존재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육수, 소스, 젓갈, 유제품, 달걀 등 동물성 재료가 조리 과정에 쓰이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직원이 이를 설명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메뉴판에 ‘채식’ 또는 ‘비건’ 표기가 있더라도 조리 기준과 원재료 정보가 불분명하면 실제 선택권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지역 관광에서 이 문제는 식당 한 곳의 운영 방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숙박시설 조식, 관광 안내소 추천 음식점, 지역 축제 체험 프로그램, 단체 관광 식단까지 같은 기준으로 연결돼야 한다. 관광객은 여행 전 온라인 정보로 동선을 짜고, 현장에서는 안내 인력과 매장 직원의 설명을 통해 최종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도 비건 관광을 관광업계의 응대 과제로 다루고 있다. 올해 관광e배움터에는 채식·비건 관광객을 위한 고객 응대 과정이 개설돼 채식과 비건의 정의, 유형, 문화적 배경, 영어 응대 표현, 식단 설명법 등을 교육 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다. 비건 관광이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단발성 홍보보다 관광 서비스 품질과 가깝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광공사가 지난해 11월 공지한 ‘2025 채식/비건 관광객 맞춤 환대교육’도 같은 흐름이다. 당시 교육 대상은 지자체, 지역관광기구, 인바운드 여행업계 관계자였고, 경주 지역 비건 콘텐츠 현장 조사와 사례 교육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지역 현장의 안내 체계와 관광업계 응대 역량을 함께 다루는 구성이다.

 

정부 차원의 채식 관광 논의도 이어져 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23년 ‘비건 투어 투 코리아’를 통해 한국을 채식 친화 관광목적지로 소개했다. 당시 논의에서는 비도심 지역의 낮은 채식 인지도, 한국 음식의 육류·해산물 육수와 소스, 언어·문화 장벽 등이 한국 채식 관광의 약점으로 제시됐다.

 

이런 흐름에서 지역 비건 관광의 핵심은 ‘갈 수 있는 식당이 있는가’에서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정보가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상설 판매처, 지역별 이동 동선, 다국어 메뉴 설명, 조리 기준 안내가 함께 마련돼야 행사장 밖에서도 비건 관광이 가능해진다. 관광 안내 플랫폼과 현장 안내물도 같은 기준으로 정비될 필요가 있다.

 

강원 지역은 농·특산물과 자연 관광 자원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건 관광 콘텐츠를 확장할 여지가 있다. 다만 지역 농산물을 활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비건 관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식물성 메뉴 개발과 함께 원재료 표시, 직원 교육, 관광 안내 정보가 갖춰질 때 체류형 관광과 연결될 수 있다.

 

비건 관광은 환경과 동물복지, 건강한 식생활을 중시하는 여행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역 축제는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관광 콘텐츠로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행사 이후에도 같은 지역에서 비건 선택권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은 과제는 행사의 반복보다 지역 전반의 수용태세를 넓히는 데 있다.

서인홍 기자 desk@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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