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비자 상당수가 산란계 케이지 사육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통적인 배터리 케이지 금지 이후에도 ‘개선형 케이지’가 남아 있는 가운데, 달걀 표시와 동물복지 정보 제공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플랜트 베이스드 뉴스는 지난 2일 영국 동물권 단체 비바(Viva!)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영국 소비자 2000명 가운데 74%가 개선형 케이지가 여전히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산란계 케이지 사육 문제를 알리는 ‘크랙드(Cracked)’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개선형 케이지는 2012년 유럽연합 차원의 전통적 배터리 케이지 금지 이후 확산된 사육 방식이다. 기존 배터리 케이지보다 둥지, 횃대, 긁기 공간 등을 일부 갖췄지만, 이 단체는 케이지 한 개에 최대 80마리의 산란계가 들어가며 닭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실제 사용 공간이 A4 용지보다 작다고 설명했다.
비바는 영국에서 약 730만 마리의 산란계가 개선형 케이지에 갇혀 있고, 이 방식으로 생산되는 달걀이 전체의 17%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해당 수치는 조사와 캠페인 자료를 근거로 한 것으로, 케이지 사육 규모와 소비자 인식 문제를 보여주는 참고 지표에 해당한다.
영국 정부도 산란계 케이지 사육의 단계 폐지를 정책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영국 환경식품농무부는 1월 12일 산란계, 산란 전 어린 닭, 번식용 산란계를 케이지에 가두는 방식의 금지안을 두고 공공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의견수렴은 3월 9일 종료됐으며, 정부는 총 3만9000건의 의견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정부안은 개선형 케이지를 포함한 산란계 케이지 시스템을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영국 정부는 6월 2일 업데이트에서 접수 의견 분석이 진행 중이며, 의견수렴 결과와 정부 답변 공개 시점을 올해 여름으로 미뤘다고 공지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한 해외 소비자 인식 문제가 아니라 달걀 표시와 동물복지 정보의 범위를 묻는 사안으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방목’, ‘케이지프리’, ‘개선형 케이지’ 같은 표현의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사육 방식에 따른 선택권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 동물복지 인증, 달걀 표시 방식은 반복적으로 논의돼 왔다. 영국 사례는 케이지 사육 폐지 여부뿐 아니라, 소비자가 생산 과정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도록 표시 체계를 설계할 것인지가 동물복지 정책의 중요한 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