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외래동물 백색목록, 거래 허용만으로는 부족하다

  • 등록 2026.07.08 08: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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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거래 가능 888종 지정…생태계 안전과 사육관리 기준 함께 봐야

 

외래동물 수입·거래 관리가 백색목록 제도 시행과 함께 새 기준을 맞았다. 포유류·조류·파충류·양서류 가운데 법정 관리종을 제외한 일부 종은 백색목록 포함 여부에 따라 수입과 거래 가능 범위가 갈리게 됐다. 제도 취지는 무분별한 유통을 줄이고 생태계 위해 가능성을 관리하자는 데 있지만, 목록 지정 이후 사육관리와 현장 집행 기준을 어떻게 운영할지가 남은 과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의 야생동물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외래동물 백색목록은 지난해 12월 11일 총 888종으로 지정·고시됐다. 분류군별로는 포유류 9종, 조류 17종, 파충류 655종, 양서류 207종이다. 정부는 올해 3월 4일부터 4월 30일까지 2026년 외래동물 백색목록 지정·해제에 관한 국민 의견수렴도 진행했다.

 

제도적 기반은 2022년 12월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외래동물 관리 체계가 확대 적용됐다. 멸종위기종과 국제적 멸종위기종, 유입주의 생물처럼 이미 별도 관리 중인 종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입·거래 가능 종을 선별해 관리하는 구조가 본격화한 셈이다.

 

백색목록 제도의 핵심은 거래를 일괄 허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허용 가능한 종을 먼저 정해 관리하는 데 있다.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종은 원칙적으로 수입과 거래가 제한된다. 반대로 목록에 오른 종도 자동으로 자유로운 유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 법령에 따른 신고, 영업허가, 보관·사육 기준 등 다른 관리 절차를 함께 따라야 한다.

 

그동안 외래동물 시장은 파충류와 양서류, 일부 조류를 중심으로 넓어져 왔다. 온라인 거래와 개인 간 양도까지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어떤 종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육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외래동물은 탈출이나 방생이 이뤄질 경우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고, 사육 환경이 맞지 않으면 폐사나 유기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동물복지 관점에서도 백색목록은 출발점에 가깝다. 특정 종이 수입·거래 가능 목록에 들어갔다고 해서 일반 가정이나 판매 공간에서 적절히 사육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종마다 필요한 온도와 습도, 공간, 먹이, 은신처가 크게 다르고, 관리 난이도도 차이가 있다. 거래 허용 여부와 별개로 실제 사육 환경이 동물의 복지 수준을 충족하는지 따지는 기준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제도가 안착하면 외래동물 유통 경로를 제도권 안에서 더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무분별한 수입과 거래를 점검하기 쉬워지고, 지자체도 현장 안내와 단속 기준을 보다 분명하게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실효성은 목록 지정 자체보다 사육자 신고, 영업자 교육, 위반 관리, 방생 예방이 얼마나 촘촘하게 작동하는지에 달려 있다.

 

쟁점은 목록 개정 과정의 투명성과 기준 설명이다. 백색목록은 종별 생태 위해 가능성과 인체·동물 안전성, 사육 가능성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지만, 업계와 사육자, 동물보호단체, 전문가의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 어떤 종을 목록에 포함하거나 제외했는지, 그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제도 신뢰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종 수를 늘리거나 줄이는 문제보다 실제 운영 자료를 축적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특히 목록 비중이 큰 파충류와 양서류는 실제 유통 규모, 사육 포기 사례, 탈출·방생 가능성, 질병 관리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외래동물 백색목록은 거래를 허용할 종을 정하는 데서 끝나는 제도가 아니라, 생태계 안전과 동물복지, 소비자 책임을 함께 관리하는 체계로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

이지현 동물복지전문기자 jhlee@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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