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윤정 감독 “‘가능주의자’,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기록”

  • 등록 2026.07.13 06:06:15
크게보기

여성 활동가들이 바꾼 13년의 흐름 담아

 

오는 15일 개봉하는 동물권 다큐멘터리 ‘가능주의자’를 연출한 박이윤정 감독은 배급사 이놀미디어가 제공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한국 동물권 운동의 13년을 담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가능주의자’는 돌고래, 지연, 차랑, 민선, 혜수 등 서로 다른 현장에서 활동해 온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돌고래 해방과 개 식용 종식, 기후정의, 해양생물 보호, 대학가 비거니즘 확산 등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박 감독은 동물권과 페미니즘, 환경 등 사회적 의제를 기록해 온 콘텐츠 제작사 비건먼지를 운영하고 있다. ‘가능주의자’는 그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연출작이다.

 

―첫 장편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선보이게 된 소감은.

 

“독립영화, 특히 다큐멘터리가 극장에 걸리는 일은 드물다. 대형 영화들 사이에서 상영관을 열고 지켜내야 하는 상황이라 숨이 가쁘기도 하다. 대중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이야기가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일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무사히 닿았으면 한다.”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오랫동안 여러 사회운동 현장에서 활동하면서도 우리가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려웠다. 돌아보니 우리는 걸어온 길과 만들어낸 변화를 축하하지 못한 채 매번 아파하기만 했던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 감독은 13년 동안 축적된 자료를 단순한 활동 기록이 아닌 한국 동물권 운동사의 일부로 봤다. 기록되지 않은 여성 활동가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카메라에 담는 작업이었다.

 

―‘가능주의자’라는 제목은 어떻게 정했나.

 

“영화 제목을 찾기 위해 시집 100여 권을 살펴봤다. 나희덕 시인의 시에서 ‘가능주의자’라는 단어를 만났을 때 우리의 이야기라고 느꼈다. 이 말은 비건이 가진 삶의 태도와 닮아 있다. 모든 것이 한 번에 바뀌지 않더라도 작은 실천이 가능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섯 여성 활동가를 중심인물로 선택한 이유는.

 

“기존 단체나 주류의 언어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할 때 스스로 새로운 운동을 시작한 인물들이다. 정치와 사회, 대학, 미디어, 육지와 바다 등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선례가 많지 않았던 활동을 개척했다. 이들의 역사가 한국 동물권 운동의 중요한 흐름이라고 봤다.”

 

영화에는 수족관 돌고래 방류 운동을 이어온 돌고래, 개 식용 종식 운동에 참여한 지연, 동물권과 기후정의를 연결해 온 차랑, 해양생물 보호 활동을 펼친 민선, 대학 비거니즘 운동을 확산한 혜수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13년의 기록을 편집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하루하루의 활동 속에서는 늘 지는 것처럼 느꼈다. 그런데 기록을 시간순으로 이어 놓으니 수족관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돌고래의 바다 귀환으로 이어졌고, 불가능하다고 했던 개 식용 종식이 법이 돼 있었다. 우리는 이미 무언가를 바꾸고 있었다는 사실이 보였다.”

 

―스스로 ‘불가능주의자’에서 ‘가능주의자’로 바뀌었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나.

 

“편집실에서 과거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을 때였다. 활동가로 있을 때는 세상이 너무 크고 자신은 너무 작다고 느꼈다. 13년을 한눈에 놓고 보니 작은 움직임들이 변화를 만들고 있었다. 이 영화를 완성해 극장 개봉을 앞두게 된 과정 자체도 하나의 가능이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본 뒤 어떤 마음을 갖기를 바라나.

 

“동물권에 관심이 없더라도 자신과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활동가들도 매 순간 흔들리고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극장을 나설 때 ‘그래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작은 질문 하나가 마음에 남기를 바란다.”

 

‘가능주의자’는 비건먼지와 블루닷 필름이 제작하고 이놀미디어가 배급한다. 러닝타임은 79분이며 12세 이상 관람가다.

이지현 동물복지전문기자 jhlee@vegannews.co.kr
Copyright 비건뉴스. All rights reserved.




추천 비추천
추천
5명
100%
비추천
0명
0%

총 5명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