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대형기업의 미판매 의류·의류 액세서리·신발 폐기를 금지했다. 팔리지 않았거나 소비자가 반품한 제품을 소각·매립하기보다 다시 유통하거나 재사용하도록 기업 책임을 강화한 조치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에 따른 폐기 금지가 19일부터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의류는 이 규정에 따라 미판매 제품의 폐기가 제한되는 첫 번째 품목군이다.
기업은 할인이나 대체 유통망을 통해 재고를 판매하고, 자선단체·사회적기업에 기부하거나 수선·재정비·재제조하는 방안을 우선해야 한다. 폐기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폐기물 처리 우선순위에 따라 재활용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예외는 제품이 안전하지 않거나 심하게 손상된 경우, 위조품 또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제품, 기부처에서 인수를 거절한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예외 조항을 적용한 기업은 관련 서류와 시험 결과 등을 갖추고 폐기 내역을 연례 보고서에 공개해야 한다. 회원국 당국은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 기업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기업은 관련 기록을 5년간 보관해야 한다.
이번 규제는 우선 대형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중견기업은 2030년부터 같은 규제를 적용받고 소기업과 영세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유럽환경청은 유럽 시장에 출시된 섬유 제품의 4~9%가 사용되기 전에 폐기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26만4000~59만4000t 규모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약 560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는 폐의류 수거와 재활용에 앞서 생산·유통 단계에서 폐기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둔다. 규제 시행에 따라 패션기업의 생산량 조정과 재고 예측, 반품 관리, 재판매·수선 체계도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