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중산간의 말 농장에서 불법도축 정황이 확인된 가운데 현장에 남아 있던 말 가운데 한 마리가 퇴역한 지 20여 일 된 경주마로 파악됐다. 동물단체들은 한국마사회의 말 긴급구호 신고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며 보호체계와 퇴역마 이력관리 전반의 점검을 요구했다.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과 사단법인 제주행복이네협회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지난달 31일 제주시와 자치경찰의 합동점검 과정에서 훼손된 말 사체와 도축 흔적, 말고기와 흑염소 사체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농장주는 말 불법도축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두 단체는 농장주를 동물보호법과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단체들이 지난 3일 현장을 다시 찾았을 당시에는 말 4마리와 흑염소 1마리가 농장에 남아 있었다. 단체 측은 한국마사회의 말 긴급구호체계에 네 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으며 제주도청도 연락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남은 동물들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상태였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7월 말 학대·방치 신고를 일원화하기 위해 말 보호 모니터링센터를 개설했다. 센터는 주 7일 신고를 받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마사회 현장지원팀을 연계해 학대 여부 확인과 긴급 구조·보호를 지원하는 체계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신고 접수와 현장 대응이 운영 기준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농장에 남아 있던 말 가운데 한 마리는 5살 암말 ‘천행챗’으로 확인됐다. 한국마사회 말 등록자료상 천행챗은 경주에 40차례 출전해 2승을 거뒀으며 수득상금은 1억4675만원이다. 단체는 천행챗이 지난달 16일 퇴역해 승용마로 용도가 변경된 뒤 해당 농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천행챗의 소유 관계와 이동 경로, 승용마 용도 변경 이후 관리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든 말의 출생부터 이동, 소유자·용도 변경, 사망까지 관리하는 전 생애 이력체계 구축과 제주지역 말 농장 및 말고기 유통 과정에 대한 조사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