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식품과 접촉하는 포장재의 과불화화합물(PFAS) 함량 제한을 시작했다. 포장재의 재활용 여부뿐 아니라 화학물질 안전성과 감량, 재사용까지 제품 설계 단계에서 관리하는 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EU에 식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에도 대응 과제가 생겼다.
EU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은 지난 12일부터 식품 접촉 포장재를 대상으로 PFAS 함량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개별 PFAS는 25ppb, 표적 분석 대상 PFAS 합계는 250ppb, 고분자 PFAS를 포함한 전체 함량은 50ppm 이상일 경우 EU 시장에 출시할 수 없다.
시행 전 생산된 포장재에도 별도의 재고 소진 유예는 없다. 지난 12일 이후 EU 시장에 처음 공급되는 포장식품은 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시행 전에 이미 시장에 출시된 제품은 회수하지 않아도 된다.
PFAS는 물과 기름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 특성 때문에 테이크아웃 용기와 패스트푸드 포장지, 제빵용 종이, 피자 상자 등에 사용돼 왔다.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환경과 인체에 축적될 수 있어 ‘영원한 화학물질’로도 불린다.
이번 규정은 유해물질 제한에 그치지 않는다. 2028년부터 포장재의 재질과 분리배출 정보를 담은 통합 표시체계가 순차 적용된다. 재활용 가능 설계와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생원료 함량, 과대 포장과 일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제한, 재사용·리필 목표 등은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EU에 포장식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도 포장재 공급망과 원료 정보를 다시 살펴야 한다. PFAS 시험 결과와 포장재 구성 자료를 확보하고 현지 수입자에게 제공할 기술문서와 적합성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수출 관리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식물성 대체식품을 비롯한 비건 식품도 동일한 포장 기준을 적용받는다.
국내에서도 식품용 기구·용기·포장 제조에 PFOS와 PFOA, PFHxS 등 과불화화합물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EU는 여기에 정량 기준과 시장 출시 요건, 기술문서, 표시·재활용 체계를 하나의 규정으로 연결했다. ‘친환경 포장’의 판단 기준이 재활용 소재 사용에서 유해물질 관리와 포장 감량, 재사용 가능성까지 넓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