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콘텐츠 모두 ‘슬롭’ 아니다…저품질 대량생산이 경계선

  • 등록 2026.08.18 19: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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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영상 24시간 채널, 미국 로쿠 채널에 등장
국내 조사 대상 채널 누적 조회 84억5000만회

 

AI 생성 영상만 24시간 편성하는 무료 스트리밍 채널이 미국에 등장하면서 ‘AI 슬롭’ 논쟁이 소셜미디어를 넘어 TV 스트리밍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로쿠 채널에 최근 입점한 ‘페어그라운드 AI 크리에이터 TV’는 AI로 제작한 시리즈와 영화, 단편 영상을 24시간 내보낸다.

 

AI 슬롭(AI slop)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저품질 콘텐츠를 대량 생산·유통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법률이나 기술상의 공식 분류가 아니라 낮은 완성도와 반복성, 검증 부재를 비판하는 표현이다. 메리엄웹스터는 ‘슬롭’을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며 AI로 주로 대량 생산되는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로 정의했다.

 

AI를 제작 과정에 활용했다고 모두 슬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실을 확인하고 고유한 취재·해석·창작을 더했다면 일반적인 AI 활용 콘텐츠에 해당한다. 반면 비슷한 형식의 글·이미지·영상을 자동 생성해 조회 수와 광고 수익, 검색 노출을 노리는 콘텐츠는 AI 슬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영상 편집 플랫폼 카프윙이 지난 5월 틱톡 영상 1만742개를 분석한 결과, 새로 만든 계정에 처음 추천된 영상 500개 가운데 59%가 자체 기준상 AI 슬롭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10월 신규 유튜브 계정에 노출된 쇼츠 500개를 조사했을 때는 104개가 AI 생성 영상, 165개가 이른바 ‘브레인롯’ 영상으로 집계됐다. 두 수치는 각각 신규 계정 1개의 추천 화면을 표본으로 삼은 결과여서 플랫폼 전체 비율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국내 채널의 조회 수도 두드러졌다. 카프윙이 국가별 인기 유튜브 채널 100개를 분석해 선별한 국내 AI 슬롭 채널 11개의 누적 조회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84억5000만회였다. 이는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로, 파키스탄 53억4000만회와 미국 33억9000만회를 웃돌았다.

 

저품질 생성물이 다시 AI 학습 자료에 섞일 가능성도 문제로 꼽힌다.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서는 AI가 만든 합성 데이터를 충분히 걸러내지 않고 반복 학습할 경우 원래 데이터의 특성이 사라지고 모델 성능이 저하되는 ‘모델 붕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온라인의 AI 슬롭이 실제 상용 모델 학습에 어느 정도 사용되는지는 기업별 데이터 수집·정제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 22일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에 따라 생성형 AI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사업자가 결과물에 AI 생성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법문상 의무 주체가 인공지능사업자인 만큼 개인이 결과물을 재가공하거나 다른 플랫폼에 다시 올리는 모든 과정의 표시를 담보하는 구조는 아니다.

 

플랫폼은 수익 제한과 표시 강화에 나섰다. 유튜브는 대량 생산되거나 상호 교환이 가능할 정도로 반복적인 콘텐츠를 ‘비진정성 콘텐츠’로 분류해 수익 창출 대상에서 제외한다. 지난 5월부터는 사실적인 AI 생성·변형이 감지되면 제작자의 자진 표시가 없더라도 자동으로 AI 라벨을 붙이는 체계를 순차 도입하고 있다. 틱톡도 AI 생성 콘텐츠 노출량을 이용자가 조절하는 기능과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를 시험하고 있다.

 

이용자는 게시자의 신원과 작성일, 원자료가 제시됐는지 확인하고 주요 주장과 수치를 공식 자료와 대조할 필요가 있다. AI 표시나 워터마크가 없다고 사람이 만든 콘텐츠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AI 슬롭을 가르는 기준은 제작 도구보다 사람의 검증과 독창성, 출처를 추적할 수 있는 정보가 담겼는지에 있다.

서인홍 기자 desk@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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