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채식주의는 ‘민폐’일까…개인 선택과 공공 식탁의 간극

  • 등록 2026.08.20 07: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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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학교·교정시설 채식 선택권 강조…급식 제도는 지역·기관별 편차

 

학교별로 2학기 개학이 시작되거나 예정된 8월, 학교급식에서 채식 학생의 식사 선택권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채식주의 자체를 ‘민폐’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갈등은 동물성 식품이 포함된 식단을 기본값으로 삼고, 다른 식사를 원하는 사람이 매번 별도 요청을 해야 하는 환경에서 발생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5~6월 웹진에서 학교와 군대, 회사 식당의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르기보다 먹지 못하는 반찬을 빼고 남은 메뉴로 식사하는 현실을 짚었다. 평균과 효율을 기준으로 설계된 급식에서 채식은 여전히 예외로 취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2021년 학교급식에서 아동의 채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2022년에는 채식주의 신념을 가진 수용자의 인간적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 건강권을 위해 교정시설 내 채식 식단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국방부도 2021년부터 희망 장병에게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방침을 시행했다.

 

제도화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 현행 학교급식법은 학생의 발육과 건강에 필요한 영양을 충족하도록 다양한 식품으로 급식을 구성하게 하지만, 채식 식단을 전국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명시하지는 않는다. 반면 인천광역시교육청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는 학교급식에서 채식 등을 선택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거주 지역이나 소속 기관에 따라 선택권의 범위가 달라지는 셈이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채식 선택권과 관련해 “식단 선택권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에 해당하는 만큼, 어떤 시설에 있든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교정시설뿐 아니라 병원과 학교 등에서도 채식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별도 식단에는 예산과 조리 인력, 식재료 수급, 잔반 관리 문제가 따른다. 모든 요구를 제한 없이 수용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운영상의 부담을 특정 개인의 성향 탓으로 돌리면 제도 설계의 문제는 가려진다. 사전 수요조사와 선택 식단 예약, 원재료 표시, 여러 사람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식물성 기본 메뉴 등은 부담을 줄이면서 선택지를 넓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채식은 기후·환경 측면에서도 개인의 취향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지속가능한 식생활의 조건으로 영양과 환경뿐 아니라 경제성, 접근성, 사회·문화적 수용성을 함께 제시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도 곡류와 콩류, 과일, 채소 등 식물성 식품을 중심으로 한 균형 잡힌 식단을 온실가스 감축 기회의 하나로 평가했다.

 

채식주의가 민폐인지 묻기 전에 누가 불편을 감당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은 자신의 식사 조건을 미리 알리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하며, 공공기관과 급식 운영자는 최소한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서로 다른 식사를 선택해도 함께 식탁에 앉을 수 있는 환경이 갈등을 줄이는 출발점이다.

서인홍 기자 desk@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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