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올해 여성·영유아 영양지원 프로그램인 WIC의 식품 선택지를 넓혔다. 식물성 음료의 종류를 늘리고 달걀을 콩이나 두부 등으로 바꾸는 방법도 안내한다. 이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새 품목의 숫자만이 아니다. 허용된 식품이 개인에게 배정되고 매장에서 구매되기까지의 절차가 식물성 선택권의 실효성을 결정한다.
■ 영양지원 안에 대체 선택지를 넣다
미 농무부(USDA)에 따르면 WIC는 소득 요건을 충족하고 영양상 위험이 있는 임신·수유·출산 후 참여자와 영유아에게 보충 식품을 지원하는 제도다. 참여자는 생애 단계에 맞는 식품 패키지를 배정받고 전자급여이체 카드로 해당 식품을 구매한다. 지원은 정해진 식품군과 배정량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캘리포니아 공중보건부는 4월 13일부터 적용한 식품 목록 개편을 5월 11일 공식 발표했다. 통곡물과 요구르트 등의 선택 폭을 넓히고, 과일·채소 지원으로 신선 허브를 살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식품군을 조정했다. 식물성 선택지 확대는 이 개편에 포함된 내용이다.
주정부의 2026년 안내에는 일부 우유를 두부나 식물성 음료 등으로, 달걀을 땅콩버터·두부·건조 콩·통조림 콩 등으로 바꿀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식물성 음료에는 완두 기반 음료와 귀리 혼합 음료, 두유가 포함된다. 기존 식품을 먹지 않는 참여자가 지원 체계 안에서 다른 식재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 허용 식품도 개인 배정에 반영돼야
품목이 허용됐다고 해서 누구나 계산대에서 원하는 제품으로 바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는 대체 식품을 원하는 참여자에게 WIC 상담원과 상의해 식품 혜택을 변경하도록 안내한다. 자신의 배정 내역은 앱으로 확인하고, 장을 볼 때는 제품을 스캔해 구매 가능 여부를 살피도록 한다.
이 절차는 식물성 식품의 접근성을 두 단계로 나눈다. 제도가 어떤 식품을 인정하는지와 그 식품이 해당 참여자의 카드에 배정돼 있는지가 각각 맞아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새 품목이 있다는 홍보와 함께 무엇을 신청하고 어디서 배정 내용을 확인할지 알려주는 안내가 필요하다.
승인 범위도 주별 목록을 살펴야 한다. 콜로라도주 WIC는 올해 3월부터 영양 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완두 기반 음료와 귀리 혼합 음료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또 땅콩버터 대체품으로 해바라기씨 버터와 아몬드 버터의 일부 브랜드를 허용하면서, 프로그램 비용 관리를 위해 종류와 브랜드를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식물성이라는 원료 분류만으로 모든 상품이 지원 대상에 들어가는 방식은 아니다.
■ 허용 목록과 매장 재고는 따로 움직인다
매장에서 실제로 살 수 있는지도 별도의 문제다. 캘리포니아 공중보건부가 2월 12일 판매점에 보낸 개편 공지는 식물성 음료·두부 등 여러 품목의 규정 변경을 알리면서도, 해당 개정에서는 최소 재고 유지 기준을 바꾸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이는 지원 대상으로 인정하는 식품의 범위와 판매점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재고의 범위가 서로 다른 규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허용 품목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참여 매장에 추가 식품이 구비됐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 공지만으로 실제 매장에서 품절이나 구매 곤란이 발생했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따라서 선택권 확대의 효과를 살피려면 승인 품목 수에 더해 취급 매장, 실제 재고, 구매 성공 여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상담으로 대체 식품을 배정받더라도 생활권 안에서 구할 수 있어야 지원을 식사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 목록과 이용 안내, 매장 공급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 영양 기준을 충족할 제품 공급도 과제
제품 공급과 제도 기준의 관계는 연방 차원의 일정 조정에서도 드러났다. USDA는 6월 24일 규칙을 통해 WIC 요구르트의 비타민 D 강화 요건 적용 기한을 2027년 4월 19일에서 2030년 4월 19일로 늦췄다. 이 요건은 유제품과 식물성 요구르트에 모두 해당한다.
USDA가 제시한 이유는 기준을 충족하는 강화 요구르트의 시장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당초 일정대로 적용하면 많은 주에서 승인 목록의 요구르트를 제외해야 해 식품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 자체를 없앤 것이 아니라 제조사의 제품 조정과 주정부의 목록·전산 변경에 필요한 시간을 더 둔 조치다.
식물성 선택권을 제도화하려면 허용 규정을 만드는 일과 그 규격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는 일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제조사는 지원 기준에 맞는 제품을 마련하고, 운영기관은 승인 목록과 개인별 배정을 연결하며, 매장은 실제 구매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는다.
WIC 사례는 식물성 식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안내를 실제 장보기로 구현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준다. 제도의 성과를 판단할 때도 허용 품목의 확대와 함께 참여자가 자신에게 맞는 식품을 배정받고 가까운 매장에서 구할 수 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