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늑구 이후 동물원, 안전관리와 행동권 함께 시험대

허가제 전환 앞당긴 정부 대책…방사장 면적보다 서식환경·체험 방식·관리 인력 점검 필요

 

대전 오월드 늑대 ‘늑구’ 탈출 사건은 한 마리 동물의 포획 과정으로 끝나지 않았다. 4월 8일 탈출 신고가 접수된 뒤 4월 17일 생포가 이뤄졌고, 이후 논의는 관람객 안전과 전시동물 복지 기준으로 옮겨갔다. 사건은 동물원이 야생동물을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야 하는지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월 22일 ‘동물원 안전관리 및 동물복지 향상 대책’을 발표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이번 사건을 동물원수족관법상 안전관리의무 위반사항으로 판단하고 4월 20일 조치명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오월드는 늑대 탈출 원인에 대한 자체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한 조치계획서 및 완료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관련 시설에는 임시 사용 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늑구가 머물던 방사장의 크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온라인에서는 방사장 규모를 인간의 주거 면적에 빗댄 반응도 나왔지만, 야생동물 복지는 면적 하나로 평가되지 않는다. 늑대는 무리 생활, 탐색, 은신, 냄새 표시, 이동 등 다양한 행동을 통해 생활하는 동물이다. 동물원 안에서는 야생의 활동권을 그대로 재현하기 어렵지만,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종 특성에 맞는 행동을 얼마나 가능하게 했는지가 핵심 기준이 된다.

 

따라서 방사장 논쟁은 ‘넓은가 좁은가’보다 ‘그 안에서 어떤 행동이 허용되는가’로 옮겨가야 한다. 은신처와 회피 공간, 먹이 탐색 구조, 무리 내 거리 조절, 관람객과의 분리, 소음과 시야 자극 관리, 계절별 환경 변화가 함께 봐야 할 요소다. 동물원 안전시설이 동물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장치라면, 동물복지 시설은 동물이 안에서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정하는 조건이다.

 

관람객 안전도 물리적 차단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울타리, 해자, 벽 같은 시설 기준은 기본이지만, 개체 확인, 문 개폐 관리, 사육 인력 배치, 비상대응 절차, 탈출 상황별 역할 분담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탈출 사고가 발생하면 시민 안전이 우선이지만, 사고 이후에는 동물이 왜 시설 밖으로 나갔는지, 시설 구조와 관리 체계가 어떤 취약점을 드러냈는지 따져봐야 한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동물원 등록제에서 허가제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데 있다. 동물원수족관법은 2022년 12월 개정되고 2023년 12월 시행되면서 시설·인력 기준이 강화된 허가제를 도입했다. 다만 기존 동물원에는 5년 유예기간이 주어졌고, 4월 기준 전국 121개 동물원 가운데 허가제로 전환한 곳은 10개에 그쳤다. 기후부는 당초 2028년 12월이던 전환 기한보다 1년 앞선 2027년 12월까지 전체 동물원의 90% 이상이 허가제로 전환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허가제 전환은 필요한 절차지만, 숫자만으로 제도 개선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준 미달 시설이 형식적 보완만 거쳐 제도권 안에 머물 경우 안전과 복지 문제는 반복될 수 있다. 허가 과정에서 종별 사육환경, 안전시설, 수의·사육 인력, 질병 관리, 비상대응 체계가 실제 현장 기준으로 검토돼야 한다. 특히 대형 포식자처럼 행동권이 큰 동물은 단순 시설 면적보다 행동 풍부화와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도 이번 대책의 한 축이다. 일부 동물원에서 운영돼 온 먹이주기와 만지기 체험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돼 왔지만, 동물에게는 반복적 접근과 소음, 생활리듬 교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전시동물 교육·체험 프로그램 지침서와 관리·사육 표준 지침서, 안전관리 표준 지침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교육은 동물을 가까이서 소비하는 방식보다 동물의 회피권과 서식 특성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동물단체들은 정부 대책이 허가제 전환 속도보다 기준 미달 시설을 걸러내는 실효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등 9개 단체는 공동성명에서 부실 시설의 형식적 연명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과 퇴출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늑구 사건이 남긴 과제도 여기에 있다. 동물원은 더 이상 전시 효과만으로 정당화되기 어렵고, 안전관리와 동물복지 기준을 함께 충족하는 공간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단체들은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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