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세계 실험동물의 날’을 지나며 실험견 비글의 구조와 입양 문제가 다시 동물복지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이는 정책 수립과 실험동물 구조를 주요 활동으로 하는 동물복지단체로, 2015년 첫 구조 활동 이후 실험실 밖으로 나온 동물의 보호와 입양, 제도 개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실험견 문제는 개별 구조 사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4년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실적 및 실험동물 사용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실험에 사용된 동물은 459만2958마리였다. 이 가운데 개는 1만5934마리로 집계됐다.
고통등급별로 보면 개는 B등급 1996마리, C등급 8605마리, D등급 4909마리, E등급 424마리로 분류됐다. 고통등급은 실험 과정에서 동물이 받는 통증과 스트레스 수준을 나누는 기준이다. 실험동물 논의가 단순한 찬반을 넘어 실험 승인, 관리, 종료 이후 처리 방식까지 함께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비글은 사람에게 비교적 잘 적응하고 다루기 쉽다는 특성 때문에 실험견으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실험 종료 뒤 모든 개체가 가정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기관의 기증 결정, 민간단체의 보호공간, 임시보호, 입양 심사와 사후 관리가 맞물려야 구조 이후의 삶이 가능해진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국내 최초로 실험동물 전용 쉼터를 건립하고 실험동물 문제를 알려왔다고 소개한다. 단체는 실험동물 및 위기동물 구조·보호, 동물 관련 불법행위 조사·고발, 정책 개선과 법 개정 활동, 동물복지 인식 개선 교육 등을 주요 활동으로 제시하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달 23일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세계 실험동물의 날을 맞아 동물실험 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단체는 국내 실험동물 사용 규모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 통과,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 로드맵 수립,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제도 개편 등을 요구했다.
단체가 제시한 요구안에는 실험동물 관련 법체계 일원화, 승인 없는 동물실험에 대한 처벌 강화, 동물의 법적 지위 인정을 위한 민법 개정 재추진도 포함됐다. 이는 실험견 구조와 입양 문제가 개별 보호 활동에 머물지 않고 실험 승인, 종료 이후 처리, 법적 지위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4월 한 실험기관에서 기증된 40개월령 비글 24마리가 비글구조네트워크 보호 아래 들어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들은 보호시설과 임시보호 가정에서 입양 가족을 찾았고, 일부 개체는 소리와 냄새, 산책, 계단, 자동차 등 일상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입양 행사를 통한 시민 접점도 이어지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제2회 ‘실험 비글 입양제’를 열고 국내에서 구조된 실험 비글 5마리의 입양을 주선한 것으로 보도됐다. 입양 상담뿐 아니라 반려견 교육과 바자회 등이 함께 진행되면서 실험견 문제를 시민 참여형 의제로 연결했다.
다만 현재 구조와 입양은 상당 부분 민간단체의 역량에 기대고 있다. 실험동물 사용 통계는 매년 집계되지만 실험 종료 동물의 기증, 보호, 입양 전환 현황을 독자가 쉽게 확인하기는 어렵다. 동물실험의 윤리성 논의가 실험 승인 단계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종료 이후의 처리 방식, 재입양 가능성, 재사회화 비용, 사후 관리 체계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동물실험 대체법 확대도 병행 과제다. 2024년 통계에서 법적 규제시험 분야에 사용된 동물은 185만9450마리로 집계됐고, 전체 사용 동물의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안전성 평가와 품질관리 등 규제 목적 실험은 제도와 산업 구조가 맞물린 영역인 만큼, 실험 감축은 개별 연구자의 선택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외국에서는 동물실험의 대체·감소·고통 완화라는 3R 원칙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대체 방법도 활성화돼 있다”며 “고통 E등급 동물실험 제한과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심사 강화 등 비윤리적 동물실험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험견 비글의 문제는 ‘구조된 몇 마리’의 미담으로만 소비되기보다 실험 종료 동물의 제도적 경로를 묻는 질문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실험실 밖으로 나온 개들이 보호소와 임시보호를 거쳐 가정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시민 후원과 입양 의지에 기대는 일이 많다. 동물복지 기준이 실험실 안의 관리에 그치지 않고 실험 이후의 삶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