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감축 정책이 다회용기 보급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축제와 카페, 야구장 등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공간이 주요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다회용기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넘어 공공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2026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다회용기 보급 사업은 2025년 100억 원에서 2026년 157억 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탈플라스틱 정책 이행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곳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보급지원 사업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다만 다회용기 보급이 곧바로 일회용품 감축 효과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보급량이 늘더라도 실제 사용 후 회수되는 비율, 세척 뒤 다시 투입되는 횟수, 파손·폐기되는 물량이 함께 확인돼야 감축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다회용기는 한 번 쓰고 버리는 구조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지만, 운영 지표가 공개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비교하기 어렵다.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한 다회용기 세척 위생기준 지침서는 용기 제작, 취급, 세척 과정의 위생기준과 세척장 조성, 위생 관리 방법 등을 안내한다. 용기의 세척과 폐기 기준, 미생물 및 잔류세제 신속 검사방법 등도 포함돼 있다. 위생 관리는 다회용기 사업의 신뢰를 좌우하는 기본 조건이다.
실행지침에는 다회용컵 대여와 반납 수량을 전산으로 관리해 사업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다회용기 사업이 단순 보급사업에 그치지 않고 회수율과 재사용 흐름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지역축제, 스포츠 경기장, 배달 서비스처럼 이용자가 빠르게 바뀌는 공간에서는 반납 동선과 수거 체계가 성패를 가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회용기가 실제로 위생적으로 세척되는지, 어디에 반납해야 하는지, 보증금이나 추가 비용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운영 주체 입장에서는 세척 시설, 회수 인력, 운송 과정, 폐기 기준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제도와 현장 운영이 분리되면 다회용기는 친환경 이미지를 갖춘 행사 장치에 머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보급했는가’만이 아니다. 다회용기가 몇 차례 재사용됐는지, 일회용품을 얼마나 대체했는지, 회수되지 않은 물량은 얼마나 되는지까지 확인돼야 한다. 다회용기 확산의 다음 과제는 보급 확대보다 공개 가능한 지표를 통해 감축 효과를 검증하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