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지구의 날 이후…탄소중립 실천 제도화가 과제

기후변화주간·소등행사 넘어 생활 실천 확산 필요
포인트·교통·자원순환 제도와 감축 지표 연결돼야

 

지구의 날과 기후변화주간 행사가 마무리된 뒤 탄소중립 실천을 일상 제도로 이어가는 과제가 남았다. 소등행사와 캠페인은 기후위기 인식을 확산하는 출발점이지만, 실제 감축 효과로 연결되려면 생활 속 행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제도와 지표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56주년 지구의 날을 맞아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2026년 기후변화주간과 녹색대전환 국제주간을 진행했다. 정부 자료에는 지구의 날 전국 소등행사와 탄소중립 실천 메시지가 함께 제시됐다. 행사 기간에는 에너지·녹색대전환 국제주간, 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 2026년 기후변화주간이 연계돼 운영됐다.

 

행사형 기후행동의 장점은 참여 문턱이 낮다는 데 있다. 불을 끄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행동은 시민이 기후 문제를 생활 문제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러나 일시적 참여만으로는 배출 감축을 확인하기 어렵다. 캠페인 이후에도 행동이 반복되고, 참여 규모와 감축량이 측정돼야 정책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탄소중립포인트 제도는 이런 연결고리 가운데 하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탄소중립포인트제 예산을 181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2025년보다 13.1%, 21억 원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실천항목별 탄소감축량, 일상화 수준, 실천 난이도 등을 고려해 단가를 조정하고, 연중 중단 없는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포인트 제도도 참여 건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전자영수증, 다회용기 이용, 리필스테이션 이용, 대중교통·자동차 주행거리 감축 등은 항목별 감축량과 지속성을 함께 봐야 한다. 실천 행동이 쉬운 항목에만 몰리거나, 실제 감축 효과가 작은 항목 중심으로 참여가 늘면 탄소중립 정책의 실효성은 제한될 수 있다.

 

교통 분야도 제도화가 필요한 축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26년도 탄소중립포인트 자동차 분야 참여자를 모집하면서 비사업용 12인승 이하 승용·승합 차량을 대상으로 주행거리 감축 참여를 안내했다. 모집 규모는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9만 대다. 차량 이용 감축은 생활 속 실천이지만, 참여자의 주행거리 변화와 실제 감축 효과가 확인돼야 제도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행동의 범위는 개인의 선의만으로 넓어지기 어렵다. 가정과 학교, 기업에서 에너지 절약, 친환경 소비, 친환경 교통, 자원순환, 흡수원 보호 같은 실천이 반복되려면 행동 기준과 참여 경로가 명확해야 한다. 탄소중립 실천포털도 생활 실천 분야를 나눠 시민이 상황별 실천수칙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지구의 날은 기후위기 대응을 환기하는 상징적 계기다. 그러나 탄소중립 실천이 행사에 머물지 않으려면 캠페인 참여를 제도 참여로, 제도 참여를 감축 지표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기후행동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행사를 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반복된 실천이 실제 배출 감축으로 확인되도록 제도와 데이터를 촘촘히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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