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초코파이가 해외 시장에서 현지 생산과 원료 설계를 결합한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베트남·중국에서는 국가별 소비 문화에 맞춘 맛과 유통 전략이 성장을 이끌었고, 인도에서는 채식 인구와 종교적 식습관을 고려한 제품 설계가 시장 진입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오리온은 지난해 2월 초코파이 출시 50주년을 맞아 2024년 글로벌 판매량이 40억 개를 넘었고,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500억 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누적 매출액은 8조 원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이 약 5조5000억 원으로 전체의 67% 수준을 차지했다. 초코파이는 단일 제품을 넘어 오리온 해외 법인의 성장 흐름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됐다.
해외 전략의 기본 축은 수출보다 현지화에 가깝다. 오리온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에 생산 기반을 두고 있으며, 국가별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군을 조정해 왔다. 러시아에서는 현지 다차 문화와 과일잼 소비 습관을 반영해 라즈베리·체리·블랙커런트·망고잼을 활용한 초코파이를 선보였고, 현재 10종이 넘는 초코파이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러시아 법인은 최근 오리온 해외 성장의 핵심 축으로 부각됐다. 오리온이 지난 2월 5일 발표한 2025년 실적에 따르면 러시아 법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47.2% 증가한 3394억 원을 기록했다. 수박 초코파이, 후레쉬파이, 젤리 등 다제품 체제가 안착했고 대형 유통 채널 전용 제품도 확대됐다. 초코파이 5개 생산라인 가동률이 140%를 넘어서면서 오리온은 2400억 원을 투자해 트베리 신공장동 건설에도 들어갔다. 초코파이 해외 매출은 지난해 586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러시아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베트남과 중국은 초코파이 현지화가 장기간 축적된 시장이다. 베트남에서는 초코파이가 파이 시장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고, 선물·제례 문화와 결합하며 일상 소비를 넘어선 상징성을 얻었다. 중국에서는 대형 생산 거점과 지역별 유통망을 바탕으로 파이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를 넓혀 왔다. 두 시장 모두 초코파이를 한국 과자의 수출품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가 반복 구매하는 제과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인도는 다른 성격의 현지화가 필요한 시장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인도 성인 39%는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로 인식했고, 81%는 고기 섭취를 제한하는 식습관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에서는 힌두교, 자이나교, 이슬람 등 종교적 식문화가 식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동물성 젤라틴 사용 여부는 제품 수용성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오리온은 2021년 현지 제조사 만벤처스와 함께 라자스탄 공장을 구축하고 인도 제과 시장 공략에 나섰다. 회사 소개 자료에는 인도 시장 특성을 고려해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했고, 초코파이와 초코칩쿠키, 카스타드, 쌀과자 등을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돼 있다. 인도 법인 매출액은 2025년 2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3% 증가했다.
인도 시장용 초코파이는 동물성 젤라틴을 배제한 채식형 제품으로 소개돼 왔다. 마시멜로에서 젤라틴을 대체했다는 점은 인도 채식 시장에 맞춘 원료 설계로 볼 수 있으며, ‘100% Veg’ 표시는 현지 식문화에 맞춘 제품 차별화 요소로 해석된다.
따라서 인도 사례는 오리온의 해외 성장 전략이 단순한 맛 현지화를 넘어 원료와 표시 기준의 현지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에서는 과일잼과 차 문화, 베트남에서는 선물과 제례 문화, 중국에서는 대형 소비시장에 맞춘 브랜드 전략이 중요했다면, 인도에서는 채식 소비 기준과 종교적 식습관이 제품 구조를 바꾸는 요인이 됐다.
이 사례는 글로벌 식품기업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동물성 원료 사용 여부와 표시 기준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물성’, ‘채식형’, ‘비건’이라는 표현은 소비자에게 비슷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실제 기준은 다르다. 글로벌 식품기업이 채식 시장을 공략할수록 원료 표시와 인증,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표현의 정확성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