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시장의 무게중심이 식품 중심 소비에서 소재와 공급망 검증으로 넓어지고 있다. 올해 비건 산업은 대체육과 식물성 음료뿐 아니라 패션, 뷰티, 자동차 내장재 등 생활소비재 전반에서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식품은 여전히 비건 시장의 핵심 축이다. 굿푸드인스티튜트(GFI)가 공개한 미국 식물성 식품 소매시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식물성 식품 소매 매출은 79억 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다만 전년 대비 매출은 2%, 판매량은 3% 줄어 시장이 성장 일변도에서 조정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반면 비건 인증의 적용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 비건소사이어티는 지난달 27일 공개한 글에서 비건 트레이드마크 인증 제품이 7만2000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인증 대상은 식품뿐 아니라 패션, 뷰티, 생활용품 등으로 확대돼 있으며, 비건이 식단 선택을 넘어 제품 설계와 원료 검증의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패션 분야에서는 가죽, 모피, 울, 실크 등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는 제품군이 늘고 있다. 비건 패션은 단순히 동물성 소재를 배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활용 섬유, 바이오 기반 소재, 생산 과정의 환경 부담을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만 합성피혁과 대체 소재의 환경성은 원료, 내구성, 재활용 가능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비건’ 표시만으로 친환경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자동차 업계의 변화도 뚜렷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9월 비건소사이어티 인증을 받은 비건 인테리어 패키지를 선보였다. 인증 범위에는 좌석, 헤드라이너, 필러·도어 트림, 카펫 등 차량 실내의 주요 접촉 소재가 포함됐다. 자동차 내장재에서 동물성 가죽을 배제하는 흐름이 프리미엄 전기차와 지속가능 소재 전략의 일부로 편입되는 양상이다.
BMW도 5시리즈 세단에서 완전 비건 인테리어를 기본 적용한 바 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해당 적용 범위에는 좌석 표면, 대시보드, 도어 패널, 스티어링 휠이 포함됐다. 자동차 실내 소재가 브랜드 이미지, 동물복지, 탄소 저감 전략과 연결되면서 비건 소재는 일부 소비자 취향을 넘어 산업 설계 기준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비건 시장이 식품을 넘어 의류, 화장품, 자동차 소재 등 생활 전반의 윤리적 소비 기준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소비자 신뢰를 위해서는 원료와 인증 기준의 투명성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고 봤다.
다만 비건 시장의 확장은 표시 신뢰성 문제를 함께 남긴다.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았다는 주장, 대체 소재의 환경 부담, 인증 기준과 공급망 추적 가능성은 별도로 검증돼야 한다. 올해 비건 산업의 쟁점은 ‘무엇을 먹느냐’에서 ‘무엇으로 만들었는가’로 확장되고 있으며, 시장의 다음 경쟁력은 원료 배제보다 검증 가능한 소재 정보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