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장례식장 다회용기 전환, 감축 효과와 현장 부담 사이

서울 6곳·53개 빈소 참여…세척 인프라·비용 구조가 확산 변수

 

장례식장 일회용품 감축이 제로웨이스트 정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문객 식사가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장례식장은 밥그릇, 국그릇, 찬기, 수저, 컵, 식탁보 등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은 시설로 꼽힌다. 서울시는 2023년 서울의료원을 시작으로 장례식장 다회용기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확산 속도는 아직 제한적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 소재 장례식장 60곳, 438개 빈소 가운데 다회용기 전환 사업에 참여한 곳은 6곳, 53개 빈소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공급하고 사용 뒤 수거·세척·재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 신촌장례식장은 지난달 특실 2곳에 다회용기를 도입하며 학교법인 운영 장례식장 가운데 서울시 사업에 참여한 사례가 됐다.

 

전환 효과는 일부 시설에서 확인되고 있다. 서울시 공개자료에 따르면 전국 장례식장에서 한 해 배출되는 일회용품 쓰레기는 약 3억7000만개, 2300t 규모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장례식장 다회용기 도입으로 236만명분의 식사가 다회용기로 제공됐고, 약 618t의 일회용 쓰레기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참여 빈소 수는 2023년 9개에서 지난해 51개로 늘었다.

 

도입 시설의 폐기물 감소도 나타났다. 서울의료원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은 다회용기 도입 뒤 일반 폐기물이 70~80%가량 줄어든 사례로 제시됐다. 일회용기와 비닐 식탁보를 함께 버리던 구조가 바뀌면서 종량제봉투 사용량과 일회용 식기 구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효과가 확인된 뒤에도 참여 시설이 빠르게 늘지 않는 배경에는 현장 운영 구조가 있다. 장례식장은 조문객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고, 식사 제공량도 시간대별로 크게 달라진다. 다회용기를 쓰려면 사용 전 식기와 사용 후 식기를 따로 보관할 공간이 필요하고, 빈소별 운반 동선과 접객 인력 배치도 달라진다. 대형 장례식장은 하루 식사량이 많아 예비 식기 확보 부담도 크다.

 

제도 구조도 확산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장례식장 일회용품 규제는 객실 안에 고정된 조리시설과 세척시설을 갖춘 시설을 중심으로 적용돼 왔다. 조리와 세척 설비가 부족한 시설은 규제 적용 범위 밖에 놓이기 쉽고, 이 경우 다회용기 전환은 의무보다 자발적 참여와 보조금에 기대는 방식이 된다.

 

비용 문제도 단순하지 않다. 다회용기는 일회용품 구매와 폐기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식기 대여, 수거, 세척, 재공급에는 별도 비용이 든다. 장례식장 입장에서는 운영 방식 변경에 따른 인력 부담과 공간 확보 문제도 함께 발생한다. 공공 지원이 끊긴 뒤에도 운영 가능한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사업은 일부 대형병원 장례식장 중심의 시범 단계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다회용기 전환이 장례비 부담 완화로 이어질지도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상주가 체감하는 비용은 식기 비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음식 단가, 접객 인력, 장례식장 운영비, 상조회사 서비스 구성까지 함께 작용한다. 친환경 장례문화가 확산되려면 폐기물 감축 효과뿐 아니라 유족 비용, 위생 신뢰, 현장 노동 부담을 함께 관리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장례식장 다회용기 정책은 일회용품 감축 효과가 큰 분야이지만 시설별 의지만으로 확산되기 어렵다. 대형 장례식장부터 단계적으로 전환하되 세척 인프라, 보관 공간, 비용 분담 기준, 규제 적용 범위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 제로웨이스트 정책이 현장에서 지속되려면 다회용기를 쓰는 시설이 손해를 보지 않는 운영 구조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배너
추천 비추천
추천
0명
0%
비추천
0명
0%

총 0명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