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단백질 산업이 민간투자 둔화와 공공지원 확대가 교차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식물성 대체식품, 발효 기반 단백질, 세포배양식품은 기후·식량안보·동물복지 이슈와 맞물려 성장 산업으로 분류돼 왔지만, 최근 투자 환경은 초기 기대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굿푸드인스티튜트(GFI) 집계 기준 대체단백질 기업들은 2025년 8억8100만 달러, 한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분야별로는 식물성 기업 4억5000만 달러, 발효 기업 3억5700만 달러, 배양육·해산물 기업 7400만 달러였다. 2024년 투자 규모가 약 11억 달러, 한화 약 1조5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체 투자액은 줄었다.
투자 둔화는 산업 전반의 기대가 사라졌다는 뜻보다 자금 배분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저금리 시기에는 빠른 외형 확장과 시장 선점이 우선됐다면, 현재는 가격 경쟁력, 생산 규모 확대, 원료 조달, 소비자 재구매율이 더 엄격하게 평가된다. 배양육 분야는 기술 검증과 규제 승인, 대량생산 비용을 동시에 넘어야 해 투자 회수 시점이 길어지는 구조다.
식물성 대체식품도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소매시장에서는 2025년 식물성 고기·해산물 매출이 10억 달러로 추정됐지만, 금액 기준 10%, 판매량 기준 11% 감소했다. 식물성 대체육은 기존 육류와 맛·식감이 비교되기 쉽고, 소비자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는 가격 차이도 구매 장벽으로 작용한다.
가격은 확산의 핵심 변수다. GFI는 2025년 미국 시장에서 식물성 고기·해산물이 기존 육류보다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맛과 식감 개선이 진행되더라도 가격 격차가 줄지 않으면 대체식품은 일부 소비층 중심의 선택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민간투자보다 제도와 인프라가 먼저 움직이고 있다.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푸드테크산업 육성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푸드테크사업자 신고제, 전문인력 양성기관·전담기관 지정, 규제개선 신청 근거 등을 담고 있다. 첫 기본계획은 올해 6월 30일까지, 첫 시행계획은 10월 31일까지 수립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법 시행에 맞춰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규제개선 신청제, 연구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푸드테크 기업 투자 확대, 글로벌 시장 개척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 지원은 식품기업이 단독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연구 장비, 실증 공간, 규제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지원센터는 국내 기업의 제조 기반을 보완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농식품부는 푸드테크 산업의 10대 핵심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지원센터와 혁신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식물성대체식품, 세포배양식품 생산기술, 스마트 제조, 식품업사이클링, 친환경 포장 등은 대체단백질과 연결되는 주요 분야다.
세포배양식품은 규제 경로가 산업화 속도를 좌우한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2024년 세포배양식품원료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제출자료 작성 가이드를 발간했다. 이는 기업이 안전성 평가와 기준·규격 인정을 위해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 제시한 단계로, 곧바로 상업화 확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안전성 평가, 표시 기준, 소비자 수용성, 가격 경쟁력이 함께 갖춰져야 실제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다.
대체단백질 산업의 다음 단계는 투자 규모보다 생존 가능한 사업모델에 달려 있다. 공공지원은 연구 장비와 제도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반복 구매할 만한 가격과 품질을 만들지 못하면 산업 확산에는 한계가 생긴다. 비건·동물복지·기후 대응을 둘러싼 식품 선택권이 넓어지려면 기술 개발, 규제 정비, 시장 검증이 같은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