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제주 멸종위기종, 오름과 바다가 드러낸 서식지 위기

제주고사리삼·탐라란 Ⅰ급 상향…남방큰돌고래 해역 보호도 본격화

 

제주의 멸종위기종 문제는 특정 생물의 희소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곶자왈과 오름, 난대림 계곡, 해안 조간대, 연안 해역처럼 섬의 제한된 서식지가 개발과 관광, 기후·환경 변화 압력에 노출되면서 생물다양성 보전 과제가 함께 커지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관리되는 법정보호종이다. Ⅰ급은 개체 수가 크게 줄어 멸종위기에 처한 종, Ⅱ급은 위협 요인이 지속될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이를 우려가 있는 종으로 구분된다. 환경부는 2022년 12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을 267종에서 282종으로 개정했다.

 

제주에서는 제주고사리삼과 탐라란의 등급 상향이 대표적 변화로 꼽힌다. 제주고사리삼은 제주에 자생하는 한국 특산 양치식물로, 제한된 환경에 의존하는 종이다. 탐라란은 난초과 식물로, 국립생물자원관 자료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한국적색목록 위급종으로 평가돼 있다. 두 종은 곶자왈과 난대림 등 제주 특유의 숲 생태계 보전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만년콩과 나도풍란도 제주 난대림과 연결되는 Ⅰ급 식물이다. 국립생태원은 제주 난대림 지역 멸종위기 식물 자료에서 만년콩과 나도풍란을 대표종으로 소개하고, 나도풍란 서식지 시험이식과 만년콩 서식지 환경조사 등 보전 연구가 진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제주 멸종위기 식물 보호는 개체 증식뿐 아니라 자생지의 미세한 환경을 유지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오름과 초지에서는 피뿌리풀이 주요 사례로 거론된다. 피뿌리풀은 2017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식물로, 제주 동부 오름과 양지바른 초지에 드물게 분포한다. 학술자료에서는 2000년대 초까지 높은오름과 다랑쉬오름 일대에서 비교적 흔하게 확인됐으나, 초지의 삼림화와 남획 등으로 개체 수가 줄어든 것으로 정리됐다.

 

바다에서는 남방큰돌고래 보호가 제주 생태계 논의의 중심에 놓여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이 아니라 해양보호생물 체계에서 관리되는 종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4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주변해역 2.36㎢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고시했다. 해당 해역은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지로, 국내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에만 서식하며 무리는 120마리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조간대와 해조류도 보호 대상에서 빠질 수 없다. 그물공말은 제주 남부 해안과 마라도·가파도 조간대에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해조류다. 해안도로 건설 등으로 생육지 환경이 악화되면서 보호 대상이 됐고, 아열대성 해조류라는 점에서 기후·환경 변화와도 연결된다. 제주 연안 보전은 돌고래 같은 상징종뿐 아니라 조간대 생물과 해조류 서식지까지 포함해야 한다.

 

조류 분야에서는 검독수리 사례가 주목된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한라산 북쪽 절벽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를 확인했다. 조사에서는 성조 한 쌍과 새끼 한 마리가 확인됐으며, 번식 둥지와 번식 쌍, 새끼가 함께 발견된 것은 1948년 관찰 기록 이후 77년 만으로 정리됐다.

 

목록 변화는 보전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황근은 과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관리됐으나, 2022년 목록 개정에서 개체군 안정성이 확인돼 해제됐다. 특정 종이 목록에서 해제됐다는 사실은 보호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의미보다, 장기 조사와 서식지 관리가 종의 보전 상태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제주 멸종위기종 보호의 핵심은 개별 종 복원에 머물지 않는다. 곶자왈, 오름 초지, 난대림 계곡, 해안 조간대, 연안 해역을 하나의 서식지 네트워크로 관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보호구역 지정, 출입·채취 관리, 해양관광과 선박 활동 관리, 장기 모니터링이 함께 작동할 때 제주 생물다양성 보전은 개별 종 보호를 넘어 지역 생태계 관리로 확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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