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열 히트펌프가 재생에너지 제도 안으로 들어오면서 국내 열에너지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태양광·풍력처럼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냉난방 열원이 건물·산업 부문 탈탄소 정책의 새 축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3월 3일 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공기열이 재생에너지에 공식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지열·수열 중심의 온도차 에너지 체계에 공기열이 더해지면서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을 지원할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나 지중·수중의 열을 흡수해 냉난방과 온수 공급에 활용하는 설비다. 연료를 태워 열을 만드는 보일러와 달리 전기를 이용해 열을 옮기는 방식이어서, 전력의 저탄소화가 진행될수록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서 의미가 커진다. 다만 실제 감축 효과는 사용 전력의 배출계수, 건물 단열 수준, 운전 효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올해를 난방 전기화 보급의 첫해로 보고 단독주택 등을 대상으로 공기열 히트펌프 설치를 지원한다. 국비 144억5000만원이 투입되며, 보급 초기에는 제주·경남 등 온난지역과 태양광이 설치된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설치비의 70%를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열에너지 전환이 별도 산업정책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국내 에너지 소비 구조가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달 15일 공개한 열에너지 혁신 전략안은 열에너지가 국내 최종 에너지 소비의 약 48%, 온실가스 배출의 약 29%를 차지한다고 제시했다. 열 공급량의 약 96.4%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구조도 전환 과제로 꼽혔다.
시장 측면에서는 제조사만이 아니라 설치·시공, 축열, 제어, 가상발전소, 유지관리 산업까지 연동된다. 히트펌프가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축열조와 결합하면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열을 저장하거나 분산자원처럼 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녹색산업의 범위는 장비 판매를 넘어 건물 에너지 관리와 전력 수요 조정 서비스로 넓어진다.
보급 확대에는 비용과 성능 검증이라는 장벽도 남아 있다. 기존 보일러보다 초기 설치비가 높고, 주택 구조나 단열 상태에 따라 체감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 전기요금 구조와 겨울철 전력 피크 관리도 난방 전기화의 속도를 좌우할 수 있는 변수다.
성능 기준도 중요하다. 정부는 히트펌프의 성능, 환경성, 산업 기여도를 고려해 일정 수준의 성능을 담보할 수 있는 제품에 한해 지원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지원 대상이 넓어질수록 효율 측정 방식, 냉매 관리, 설치 품질, 사후 점검 기준이 함께 정비돼야 보조금이 단순 보급 실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공기열·수열·폐열 같은 재생열 활용이 제도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만큼, 그린산업의 과제도 설비 보급량 확대에만 머물기 어렵다. 열에너지 전환 시장이 안정적으로 커지려면 실제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