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가 기후·산업 정책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도 재활용 중심의 자원순환 정책을 제품 설계와 생산, 사용, 재사용까지 포괄하는 전주기 관리 체계로 넓히고 있다.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은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됐고, 현행 법령은 순환원료·순환자원·순환이용 등 제도적 틀을 두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자원순환국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품목별 재활용을 넘어 에코디자인과 제품 생애 전주기 순환이용성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신 인프라, 태양광 폐패널 등 새롭게 늘어나는 폐자원에 대해서도 순환이용체계를 마련해 탈탄소 산업경쟁력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폐기물 지표만 보면 재활용 기반은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2023년 전국 폐기물 발생량은 1억7619만톤으로 전년보다 5.5% 줄었고, 재활용률은 86.8%, 물질재활용률은 81.2%로 집계됐다. 다만 생활계폐기물은 2241만톤으로 전년보다 2.7% 감소하는 데 그쳤고, 폐기물 감축과 재사용 확대까지 포함한 순환경제 전환은 별도 과제로 남아 있다.
순환경제는 단순히 버려진 자원을 다시 쓰는 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제품을 오래 쓰고, 수리와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며, 재생원료가 다시 생산 공정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시장과 제도를 함께 바꾸는 접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유럽연합의 순환경제 전환을 다룬 보고서에서 재활용 원료가 경제 전체 물질 사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주요 지표로 제시했다. 유럽연합의 2023년 순환물질사용률은 12%로, 2030년 목표치 24%와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 정책도 이런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순환경제 신기술·서비스에 대한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에 따라 2026년 제1차 순환경제 규제샌드박스 규제특례 승인 내용을 공고했다. 폐기물 관리 중심 제도에서 새로운 재사용·재제조·재생원료 활용 사업을 시험할 수 있는 구조로 넓히는 과정이다.
관건은 높은 재활용률을 실제 자원 투입 절감과 탄소 감축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재활용률이 높아도 품질 낮은 재생원료, 복합재 포장재, 수거·선별 비용, 재사용 인프라 부족이 남아 있으면 순환경제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식품 포장재, 생활용품, 전자제품, 섬유, 건축자재처럼 소비와 산업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쓰이는 품목일수록 설계 단계부터 재사용과 재활용 가능성을 반영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제로웨이스트와 그린산업 관점에서도 순환경제는 소비자 실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다. 다회용기와 리필, 재생원료 사용, 수리권, 포장재 감축이 확산되려면 기업의 제품 설계 변화와 공공 조달, 표시 기준, 회수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국내 순환경제 정책은 법적 기반을 마련한 단계에서 산업 현장과 생활 영역의 실행력 검증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