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① 비둘기 불임먹이, 먹이 금지 대안 될 수 있나

서울시 단속 강화 뒤 비살상 관리 요구 확산
해외 일부 도시는 번식 억제 방식 도입…효과·비용·관리 조건 함께 따져야

비건뉴스는 서울시의 비둘기 먹이주기 단속 강화를 계기로 도심 비둘기 관리와 동물복지 쟁점을 5회에 걸쳐 짚는다. 1편은 먹이 금지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불임먹이 정책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룬다. [편집자주]

 

 

서울시의 집비둘기 먹이주기 단속 강화 이후 비둘기 개체수 관리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서울숲, 한강공원 등 집비둘기 먹이주기 금지구역 38곳에서 먹이를 주면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시는 인위적인 먹이 제공이 비둘기 밀집과 번식 증가, 분변·털날림 등 생활환경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동물단체들은 단속과 처벌 중심의 방식이 개체수 관리의 근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한다. 이들은 비둘기 먹이주기 전면 금지보다 불임먹이 배포, 서식지 관리, 음식물쓰레기 관리 등 비살상 관리 방식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먹이주기 금지만으로는 개체수 관리와 동물복지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어렵다”며 “불임먹이 등 비살상 관리 방식을 공공정책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임먹이는 비둘기가 섭취했을 때 번식률을 낮추도록 설계된 먹이를 말한다. 해외에서 주로 언급되는 성분은 니카바진이다. 이 성분은 일부 국가에서 야생화된 집비둘기 개체수 관리를 위해 사용돼 왔고,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관련 제품이 등록된 사례도 있다.

 

이 방식은 즉각적인 포획이나 살처분이 아니라 번식률을 낮춰 장기적으로 개체수 변화를 유도하는 접근이다.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진행된 평가 연구는 니카바진 성분을 옥수수에 더해 비이동성 집비둘기 군집에 급여한 사례를 분석했다. 다만 연구 대상은 특정 지역의 제한된 군집이었고, 결과를 모든 도시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최근 해외 연구에서도 조건부 효과가 보고됐다. 여러 도시를 대상으로 니카바진 기반 번식 억제 관리를 평가한 연구는 처리 이후 비둘기 개체수가 감소 추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해당 방식은 정해진 장소, 일정한 급여량,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전제돼야 한다. 비용과 행정 관리, 다른 조류의 섭취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할 요소다.

 

해외에서도 불임먹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단일 대안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 비둘기 개체수는 먹이 접근성, 건물 구조, 둥지 환경, 음식물쓰레기 관리와 함께 영향을 받는다. 번식 억제 방식이 효과를 내려면 무분별한 먹이 공급을 줄이는 조치, 둥지 관리, 급식 지점 통제, 시민 안내가 병행돼야 한다.

 

국내 논의에서도 핵심은 먹이주기 허용 여부만이 아니다. 집비둘기는 국내에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지자체 허가 아래 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도심과 공원, 하천 등 사람과 가까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조류이기도 하다. 법적 관리 대상이라는 사실과 동물복지 관점의 관리 방식은 함께 논의될 수 있다.

 

비둘기 불임먹이 정책을 국내에 도입하려면 효과 수치보다 관리 조건을 먼저 따져야 한다. 어떤 구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주체가 급여하고 모니터링할지 정해지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 논란은 단속 강화와 방치 사이에서 도시 야생동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묻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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