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대응이 병원 안의 처방 관리 문제를 넘어 축산, 식품 생산, 환경 관리까지 확장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들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제79차 세계보건총회에서 2026~2036년 항생제 내성 글로벌 행동계획을 채택하면서 사람과 동물, 식품, 환경을 함께 보는 원헬스 접근이 국제 보건 의제로 다시 부상했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이 항생제·항바이러스제·항진균제 등 항미생물제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감염 치료가 어려워지고 질병 확산, 중증화, 사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분류된다. WHO 계획안은 이 문제가 인체 의료뿐 아니라 수의학, 농업, 식품 생산, 환경 지속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번 행동계획은 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참여하는 4자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했다. 계획에는 감염 예방과 관리, 물·위생, 백신, 생물보안, 환경 조치, 책임 있는 항미생물제 사용, 감시 체계, 연구개발, 재정 확보가 함께 담겼다. 이를 특정 진료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동물·식물·식품·환경이 연결된 복합 위험으로 보는 흐름이다.
축산은 이 논의에서 빠지기 어렵다. FAO는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40년 세계 축산 분야 항미생물제 사용량이 2019년보다 약 30%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동물성 식품 수요 증가와 생산 집약화가 사용량 증가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축산 자체를 단일 원인으로 지목하는 의미가 아니라 사육 환경, 질병 예방, 수의 서비스, 생산 방식, 시장 유인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로 봐야 한다.
WOAH 자료도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2025년 공개된 제9차 동물용 항미생물제 보고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 동물 바이오매스 기준 항미생물제 사용량이 5% 감소했다고 밝혔다. 보고 국가와 데이터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은 진전으로 볼 수 있지만, 성장촉진 목적의 항미생물제 사용을 중단하지 않은 국가도 남아 있다. WOAH는 성장촉진 목적 사용을 책임 있는 사용으로 보지 않고 단계적 폐지를 권고한다.
국내 정책도 원헬스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6~2030)을 수립했다. 이 대책은 질병관리청을 주관으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이 참여하는 범부처 계획이다. 정부는 사람·동물·식물·식품·환경의 항생제 내성 관리를 통해 국민의 지속가능한 건강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국내 대책에는 동물·수산 분야 항생제 신중 사용, 사람·동물·농산·수산 분야 내성 예방, 항생제 내성균과 사용량 감시체계 확대, 항생제 잔류물질 관리 확대 등이 포함됐다. 유통 축·수산물의 내성균 감시와 잔류 항생제 검사, 하수와 가축분뇨를 연계한 물환경 모니터링도 과제로 제시됐다. 내성 대응이 병원 처방 관리에서 농장, 유통 식품, 하수와 환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내성 대응은 식품 선택권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축산물 생산 과정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이려면 단순한 사용량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질병이 덜 발생하는 사육 환경, 예방 중심의 관리, 백신과 수의 서비스 접근성, 농가 전환 비용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 사육 밀도가 높고 질병 관리 여건이 부족한 생산 환경에서는 예방보다 사후 치료와 집단 관리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소비자 단계에서는 표시와 인증, 잔류물질 관리가 신뢰의 기준이 된다. 축산물의 잔류물질 관리, 유통 식품의 내성균 감시, 수입 식품의 생산 기준, 무항생제·유기 인증의 신뢰도는 식품 안전과 맞닿아 있다. 비건·채식 선택도 이 논의에서 하나의 소비자 선택지로 볼 수 있지만, 이 문제 전체를 식단 선택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중보건 정책, 농식품 생산 구조, 환경 관리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방향도 예방 중심이다.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목표는 필요한 치료를 제한하자는 뜻이 아니라 질병 발생을 줄이고 불필요한 사용을 낮춰 항생제의 효과를 오래 유지하자는 데 있다. 축산 분야에서는 사육 환경 개선, 백신, 생물보안, 수의 진료 체계, 대체 수단 접근성이 핵심 조건으로 거론된다.
항생제 내성 대응은 앞으로 식품 정책과 동물복지 정책을 동시에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병원 안에서 적정 처방을 강화하는 일만큼이나 농장과 유통, 환경에서 내성균과 잔류물질을 감시하는 체계가 중요해졌다. 국제 행동계획과 국내 3차 대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부처 간 데이터 통합, 현장 이행, 생산자 전환 지원, 소비자 정보 제공이 얼마나 함께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