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구매 보조금 사건으로 징역 4년이 확정돼 수감 중인 이철상 전 제이제이모터스 대표 측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 요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안은 재도전 기업인 정책의 상징적 사례로도 거론된다. 쟁점은 확정판결을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실패와 재기를 반복한 기술 창업가에게 국가가 다시 사회 복귀와 경제 활동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지다.
서울중앙지법은 2024년 11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표에게 징역 4년과 약 46억9404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2025년 6월 1심 판단을 유지했고, 이후 대법원 상고 기각으로 형이 확정됐다. 사건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과정에서 차량 판매와 등록의 실질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둘러싸고 다퉈졌다.
이 전 대표 측은 이와 다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배터리안전인증서, 송금증, 수입면장, 작업일지 등을 근거로 차량과 배터리가 실제 수입됐고, 대구시도 배터리 분리 수입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또 대당 보조금 5498만원보다 수입·제조원가가 높아 보조금만을 목적으로 한 범행은 경제적으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상당수 차량이 실제 보급됐고 일부만 재고로 남았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실물 차량과 배터리, 보급 내역이 존재하는데도 사건이 ‘보조금만 노린 허위 판매’로 규정된 데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또 보조금을 수령한 제이제이모터스가 외부감사대상 법인이었고, 지급된 보조금이 차량 제작비와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취지의 회계법인 측 사실확인서도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법인에 지급된 보조금 전액을 이 전 대표 개인의 편취액으로 본 추징 판단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본지는 지난해 이 전 대표가 서울구치소에서 보낸 16쪽 분량의 자필 서신을 바탕으로 사건에 대한 반론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차량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입·조립·등록했으며 “껍데기만 판 사기꾼”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수사 단서가 된 제보 경위와 제보자의 이해관계에도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 전 대표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건 전체가 허위 프레임으로만 규정되는 것은 막고 싶다는 취지의 입장도 전했다. 판결이 확정된 현재 논의는 유무죄를 다시 다투는 절차가 아니라, 확정판결 이후 특별사면을 통해 사회 복귀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특별사면은 형사재판을 반복하는 절차가 아니다. 확정판결 이후에도 형 집행의 사회적 효과, 피해 회복 가능성, 재범 위험, 경제적 기여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살펴 사회 복귀의 문을 열 수 있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다. 이 전 대표 사례를 특정인 구제 문제로만 볼 경우 논쟁은 좁아진다. 그러나 이를 재도전 기업인과 기술 창업 생태계의 문제로 보면 논의의 성격은 달라진다.
이 전 대표는 한국 벤처 산업의 굴곡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199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5기 의장 권한대행을 지낸 그는 1997년 벤처기업가로 전환했다. VK모바일은 초슬림 휴대전화 등을 앞세워 성장했고,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전자·LG전자·팬택에 이어 4위권 업체로 거론될 만큼 주목받았다. 회사는 3억 달러 수출탑과 대통령 표창 이력을 남겼다.
창업 이후 빠르게 성장했던 VK모바일은 과거 국고보조금 사기 혐의 수사와 재판을 거치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시 수사는 회사 임직원과 관련자들까지 확대됐고, 3년간의 법적 다툼 끝에 VK모바일 관련 국고보조금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회사와 이 전 대표가 입은 부담은 컸고, 이 전 대표는 이후 장기간 사업 재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는 전기차 분야에서 다시 창업에 나섰다. 제이제이모터스 창업에 참여해 상용 전기차 조립과 국내 시장 진입을 추진했고, 중국에서 검증된 차량을 기반으로 배터리시스템과 일부 전동화 장치를 국산품으로 교체·조립하는 사업 모델을 내세웠다. 이 전 대표를 오래 알고 지낸 한 지인은 “그는 전기차 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해외 수출과 기업 성장 단계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전기차와 AI 기술을 접목한 사업 구상도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기차 전환은 국가 산업정책과도 맞닿아 있는 분야다. 중소 제조기업이 친환경 상용차 시장에서 재도전을 시도했다는 점은 단순한 개인 사업을 넘어 기술 창업 생태계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보여준다. 재도전 경험이 사장되지 않도록 기술 창업가의 사회 복귀 통로를 제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논의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업은 보조금 사건과 형사처벌로 이어졌지만, 이 전 대표가 걸어온 경로는 실패한 기업인의 재기 가능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중소기업계에서도 경제 형벌과 재도전 기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는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중소기업인의 재기 기회를 넓혀야 한다며 법무부에 요청서를 제출했다. 협회는 경영 실패나 폐업 과정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일부 기업인에게 현업 복귀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면 요구 대상에는 수출 실적과 정부 포상 이력이 있는 기업인, 기후변화 대응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활동한 기업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보조금 관련 사건과 법인 추징금에 대한 대표자 책임 사례도 재도전 지원이 필요한 경제 형벌 사안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법인에 지급된 보조금이 회계상 사업비로 사용된 경우 대표자 개인에게 추징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지, 관련 법과 양형기준을 제도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재도전 기업인의 복귀가 고용 유지와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인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중소기업·벤처 정책을 맡아 온 만큼, 재도전 기업인 문제도 민생경제와 성장 정책의 연장선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민생경제 회복과 재도전 기회를 국정 운영의 주요 과제로 삼는다면,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은 그 방향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동안 특별사면이 경제계·정치권 인사를 중심으로 논의돼 온 상황에서, 기술 창업과 수출 경험을 가진 중소기업인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줄 것인지는 경제 회복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물론 보조금 사건은 일반적인 경영 실패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 국가보조금은 공적 재정에서 지급되는 만큼 부정수급으로 판단된 사건에는 피해 회복, 환수·추징, 고의성, 재범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만 형사처벌 이후에도 사회적 기여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특별사면은 그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평가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 전 대표 사례는 재도전 정책과 경제 형벌의 경계에 놓여 있다. 사면을 요청하는 쪽은 과거 수출 실적과 기술 창업 이력, 전기차 분야 재도전 경험을 강조한다. 반면 국가보조금 사건이라는 점은 사면 논의를 신중하게 만드는 요소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무조건적 선처가 아니라, 재도전 기업인 사면 기준을 정교하게 세우는 과정으로 다뤄져야 한다.
광복절 특별사면은 단순한 형 집행 면제가 아니라 정부가 어떤 정책적·사회적 메시지를 선택하는지 보여주는 행위다. 국민통합과 민생경제 회복이 이번 사면의 기준이 된다면, 이철상 전 대표 사례는 재도전 기업인에게 보내는 회복의 신호가 될 수 있다. 특정인에 대한 예외가 아니라 실패한 기술 창업가에게 다시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열어주는 공적 기준으로 논의될 수 있는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