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 선도기업·산업단지 지정 이후 과제는 실증사업을 실제 생산공정과 거래 구조로 연결하는 일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기·전자, 반도체 소재, 철강, 식품 등 16곳을 처음 지정하면서 폐자원 활용이 업종별 산업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순환경제 선도기업·산업단지로 선정된 16곳과 한국환경공단이 참여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지정은 수입 원료를 국내 폐자원 기반 재생원료로 대체하고, 소각·매립되던 부산물의 순환이용 가치를 높이려는 정책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기업별 순환경제 세부 경영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폐기물 규제 개선, 실증특례, 공정 개선, 연구개발 과제 발굴 등을 추진한다. 개별 기업의 자원순환 활동을 정책 과제로 묶어 업종별 실행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전기·전자 분야에서는 폐냉매 회수·관리와 수리·재사용 체계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에어컨·냉장고에서 나오는 냉매를 회수해 재생 냉매로 생산하고, 반품되거나 부분 불량으로 폐기되던 제품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복원하는 방식이다. 단순 재활용률보다 회수, 운반, 선별, 수리, 재판매까지 포함하는 운영 체계가 중요해지는 구조다.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는 하프늄 등 희소금속 회수 실증이 다뤄진다. 하프늄은 반도체 절연체 등에 쓰이는 금속으로, 공식자료에서는 세계 생산량이 연 70~75톤 수준으로 제시됐다. 제조공정 부산물에서 재생원료를 생산해 전구체로 활용하는 방식이 안정화되면 핵심광물 조달 리스크를 낮추는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
철강 분야는 공정분진, 슬래그, 오니류에 포함된 철과 탄소 등 유가 성분 회수, 슬래그의 아스콘·콘크리트용 골재 활용이 중심이다. 공정부산물을 산업단지 안에서 공유하고 순환 이용하려면 처리 규제뿐 아니라 품질 기준과 환경 안전성 관리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
식품 업종에서는 공정부산물의 바이오가스화와 포장재 재활용성 개선이 과제로 제시됐다. 식품 포장재는 선도 유지와 유통 안정성을 이유로 복합재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알루미늄 제거와 재질 단일화는 탈플라스틱 흐름과 연결되지만, 실제 적용에는 보존성, 비용, 설비 전환 부담이 따른다.
올해 자원순환국 주요업무 추진계획도 같은 방향을 보인다. 정부는 품목별 재활용을 넘어 제품 설계 단계부터 순환이용성을 고려하는 한국형 에코디자인 도입을 추진하고, 통신인프라와 태양광 폐패널 등 신폐자원 회수 체계 구축을 과제로 제시했다. 재생원료 인증제도와 순환경제 종합정보시스템 구축도 정책 과제에 포함됐다.
산업계에서 순환경제가 정착하려면 폐자원을 원료로 바꾸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재생원료가 실제 생산공정에 들어가려면 일정한 품질, 안정적 물량, 가격 경쟁력, 환경성 입증이 필요하다. 기업의 ESG 홍보 문구보다 회수 경로와 재사용 실적, 재생원료 사용 기준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순환경제 선도기업 지정은 산업 전환의 출발점에 가깝다. 실증사업이 기존 원료를 대체하는 산업 모델로 이어지려면 업종별 표준, 인증, 거래시장, 지역 단위 회수망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폐기물 감축 정책이 그린산업으로 이어지려면 협약 이후 실행 구조가 실제 공정 안에서 확인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