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분리수거가 제로웨이스트 생활정책의 새 과제로 떠올랐다. 우유팩·두유팩·주스팩 등 식음료용 종이팩은 재활용 원료 가치가 있지만, 일반 폐지와 섞이면 재활용 공정에서 제외되거나 폐기물로 처리되기 쉽다. 별도 배출이 확대되더라도 실제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수거 이후 선별·운반·재활용처 연결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자원순환국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배출·수거 물량 증가에 대비해 전용수거함 제작 기준을 마련하고, 전용 수거봉투 배포 등 기반시설 구축도 올해 상반기 안에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종이팩은 겉보기에는 종이류와 비슷하지만 일반 폐지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음료나 액체 식품을 담기 위해 코팅재가 함께 쓰이고, 멸균팩은 보관성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 등 복합 소재가 더해진다. 이 때문에 종이팩은 일반 종이류와 따로 모아야 재활용 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관건은 배출 단계 이후다. 전용수거함이 설치돼도 수거 주기와 보관 방식이 불안정하면 오염이 늘고, 수거된 종이팩이 일반 폐지와 다시 섞이면 재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일반팩과 멸균팩을 구분해 처리할 수 있는 선별 체계, 제지회사 등 실제 재활용처와 연결되는 물류 구조도 필요하다.
서울시가 지난해 서초구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종이팩 전용수거함 시범사업을 진행한 것도 이런 문제와 맞닿아 있다. 당시 서울시는 80개 공동주택 단지, 3만5000세대에 전용수거함 350개를 배치하고 연간 105톤의 종이팩 회수·재활용을 기대했다. 서울시가 인용한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자료에서는 종이팩 출고량 대비 재활용률이 13.9%로 제시됐다.
종이팩을 재활용 원료로 쓰려면 배출 방법도 중요하다. 내용물을 비운 뒤 뚜껑과 빨대 등을 제거하고, 물로 헹군 뒤 말려 전용수거함에 넣어야 한다. 음식물이나 음료가 남은 상태로 배출되면 악취와 오염이 발생해 수거 단계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전국 단위 확대에는 주거 유형별 차이도 변수다. 공동주택은 품목별 수거함 설치와 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단독주택과 소규모 상가는 수거 거점과 배출 시간이 제각각이다. 지자체별 수거 계약, 선별장 운영 방식, 재활용업체 인계 기준이 맞물리지 않으면 별도 배출이 실제 재활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종이팩은 생활 속에서 자주 배출되는 소형 포장재지만, 분리배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품목이기도 하다. 전용수거함 설치가 출발점이라면 성과는 수거된 종이팩이 얼마나 재활용 원료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종이팩 분리수거 정책은 시민 참여와 공공 수거체계, 재활용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효과를 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