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사라진 호랑이가 드러낸 멸종위기종 보호의 조건

기후에너지환경부 7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선정…서식지·먹이원·인간 활동 관리 과제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호랑이를 7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했다. 남한에서 야생 개체가 더 이상 확인되지 않는 종이지만, 이번 선정은 멸종위기종 보호가 특정 동물의 상징성에 그치지 않고 서식지와 생태계 관리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호랑이는 식육목 고양이과에 속하는 대형 포식자다. 호랑이 아종은 9종으로 분류되며, 카스피호랑이와 자바호랑이, 발리호랑이는 이미 멸종했다. 현재 남아 있는 아종은 벵갈호랑이, 아무르호랑이, 수마트라호랑이, 인도차이나호랑이, 말레이호랑이, 남중국호랑이 등 6종으로 제시된다. 한반도에 서식하던 호랑이는 아무르호랑이로 분류된다.

 

한반도 호랑이는 과거 산림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사업과 모피 확보를 위한 남획, 서식지 변화가 겹치면서 남한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공식 자료에서 남한의 마지막 기록은 1924년 강원도 횡성에서 포획된 사례로 제시된다. 북한 함경도 일대에 소수 개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확인 가능한 야생 개체 정보는 제한적이다.

 

호랑이가 법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에 남아 있는 것은 단순한 명목상의 지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멸종위기종 지정은 불법 포획과 거래를 막고, 종 보전 교육과 서식지 보전 정책의 기준을 세우는 장치다. 남한에서 야생 호랑이를 볼 수 없더라도 같은 서식지 구조와 먹이망에 의존하는 다른 야생동물 보호와 연결된다.

 

호랑이 보전의 핵심은 개체 자체보다 넓은 서식권에 있다. 호랑이는 울창한 산림과 계곡, 하천 주변 숲을 이용하고 멧돼지와 사슴류 등을 먹이로 삼는다. 행동권도 넓어 수컷은 약 1400㎢, 암컷은 약 400㎢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포식자 보전이 개별 동물 구조나 보호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다.

 

국제적으로도 호랑이는 여전히 위기종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26년 검토 자료에서 야생 호랑이가 5711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전 활동으로 개체 수 회복 신호가 나타나지만, 불법 야생동물 거래, 서식지 파편화, 인간과의 충돌, 기후변화는 주요 위협 요인으로 남아 있다.

 

국내에서 호랑이 복원을 논의하려면 서식지 규모, 먹이원, 주민 안전, 생태계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 더 현실적인 과제는 남아 있는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고, 산림과 하천, 생태축이 끊기지 않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일이다. 호랑이가 사라진 뒤에도 같은 구조의 위험은 다른 야생동물에게 반복될 수 있다.

 

7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호랑이가 선정된 것은 사라진 상징종을 되돌아보는 계기인 동시에, 지금 남아 있는 생태계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묻는 문제다. 멸종위기종 보호는 특정 종의 이름을 알리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서식지, 먹이원, 불법거래, 인간 활동의 경계를 함께 다루는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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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홍 기자

국민을 존중하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진실을 전해주는 정론직필 비건뉴스 발행인입니다.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2022년도 제1차 언론인 전문 연수' 이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