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보다 사람…여행지서 나온 ‘AI 비건’ 흐름

AI 추천 확산 속 현지 경험·인간 큐레이션 가치 재부각

 

챗GPT 공개 3년여가 지나면서 여행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추천의 효용과 한계를 함께 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항공권 검색, 숙소 비교, 일정 초안 작성에는 AI가 활용되고 있지만, 여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현지 경험과 취향의 맥락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에 기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콘데나스트 트래블러는 지난 1월 5일 공개한 2026년 여행 트렌드 전망에서 ‘AI보다 인간’을 주요 흐름 중 하나로 제시했다. 생성형 AI가 여행 검색과 예약 과정에 빠르게 들어왔지만, 틈새 여행사와 고급 여행 컨설턴트 영역에서는 목적지를 직접 경험한 전문가의 지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여행객이 찾는 정보도 단순 명소 추천에 머물지 않는다. 온라인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식당, 과잉 관광지로 변하지 않은 지역, 같은 호텔 안에서도 전망과 동선이 다른 객실처럼 데이터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요소가 여행 만족도를 좌우한다. 이 때문에 일부 여행객은 챗봇보다 여행사 직원, 전문 분야 콘텐츠 크리에이터, 작가 등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의 추천을 더 중시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AI 사용을 의식적으로 피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AI 비건’이라는 표현도 쓰인다. 식생활에서의 비건과 같은 의미라기보다, 생성형 AI 사용을 줄이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여행 영역에서는 AI가 빠른 답을 내놓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현장 분위기와 인간관계, 개인 취향의 미묘한 차이를 대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AI의 신뢰성 문제도 이런 판단과 맞닿아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9월 공개한 연구 설명에서 언어모델이 사실이 아닌 답을 자신 있게 생성하는 ‘환각’ 현상이 여전히 해결이 어려운 과제라고 밝혔다. 모델이 불확실성을 인정하기보다 답을 추정하도록 평가받는 구조가 오류를 줄이기 어렵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여행 분야에서 이런 오류는 실제 운영 시간이 다른 장소 추천, 폐업한 식당 안내, 현지 교통 상황과 맞지 않는 일정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예약 조정, 좌석 선호, 분위기 판단, 현지 변수 대응처럼 즉각적인 확인과 관계 조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챗봇보다 사람의 역할이 더 분명해진다.

 

여행 플랫폼 업계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활용되고 있다. 트립닷컴은 2026년 여름 브랜드 캠페인에서 AI가 구현한 이미지보다 낯선 도시의 공기와 현장에서 마주하는 감각을 강조하며 실제 여행 경험의 가치를 내세웠다.

 

AI는 여행 산업에서 사라지기보다 보조 도구로 자리 잡는 흐름에 가깝다. 가격 비교와 정보 정리, 고객 응대 자동화에는 기술의 장점이 있지만, 여행객이 기억하는 경험의 질은 결국 현장을 알고 취향을 읽는 사람의 큐레이션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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