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AI 경쟁이 키운 데이터센터, 탄소배출 늘어나는 이유

전력 소비 2030년 950TWh 전망…화석연료·건설·반도체 공급망이 배출 압력 높여

 

인공지능(AI) 경쟁이 알고리즘과 서비스 개발을 넘어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전으로 번지고 있다. AI 모델의 학습과 이용에 필요한 연산량이 급증하면서 전력 소비는 물론 발전·건설·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보고서에서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5년 485TWh에서 2030년 950TWh로 약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에는 세계 전력 수요의 약 3%를 차지하며, AI 중심 시설의 전력 소비는 같은 기간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전년보다 17%, AI 중심 시설은 50% 증가했다.

 

전력 사용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AI 서버의 높은 전력 밀도가 있다. AI 서버의 전력 밀도는 2020년부터 2025년 사이 11배 높아졌고 2027년까지 다시 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능 서버 랙 한 대의 최대 전력 수요가 65가구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개별 작업의 효율이 개선돼도 전체 소비량이 줄어든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IEA는 단순 텍스트 생성에 쓰이는 전력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영상 생성과 추론, 에이전트형 작업은 텍스트 질의보다 수백에서 수천 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이용자와 서비스가 늘고 고성능 기능이 확산하면 효율 향상분을 전체 연산량 증가가 상쇄할 수 있다.

 

전력원이 모두 무탄소 에너지로 전환되지 않는 점도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IEA의 2025년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재생에너지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추가 전력 수요 가운데 절반가량을 담당하지만 천연가스와 석탄도 40% 이상을 공급한다. 2026년 갱신 전망에서는 데이터센터 관련 배출량이 2035년 약 3억5000만톤으로 두 배 늘어 세계 전력 부문 배출량의 약 2%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AI 메가 프로젝트도 전력 수요 확대를 예고한다. 오픈AI는 2025년 미국에서 2029년까지 10GW 규모의 AI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놓은 뒤 올해 4월 해당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10GW는 확보한 인프라 용량으로 실제 가동 규모나 소비전력, 탄소배출량과 같지 않지만 AI 시설이 대형 전력설비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출은 서버 가동 단계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철강과 시멘트, 서버와 반도체 제조, 장비 운송·교체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9일 공개한 2026년 환경보고서에서 2025 회계연도 전체 배출량이 전년보다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확장과 추가성이 없는 비결합형 재생에너지 인증서 사용 중단이 주된 요인으로 제시됐다. 증가분 전체를 AI에 귀속할 수는 없지만 인프라 확대와 배출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재생에너지 구매량과 데이터센터가 실제 사용하는 전력의 발전원 구성도 구분해야 한다. 기업이 연간 사용량에 맞춰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더라도 시설이 가동되는 지역과 시간대의 전력망에서는 가스나 석탄 발전이 사용될 수 있다. 연간 조달 실적만으로 AI 운영 전반을 무탄소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AI는 전력망 운영과 건물 냉난방, 산업 공정, 메탄 누출 탐지 등에 활용돼 배출 감축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감축 효과는 적용 규모와 전력 구성, 제도와 투자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AI의 기후 영향을 판단하려면 연산 효율뿐 아니라 시설별 전력 사용량, 시간대별 발전원, 건설·반도체 공급망 배출과 신규 무탄소 전력 확보 여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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