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보조제를 고르는 또 하나의 기준

앞면은 식물성…비건 여부는 뒷면에서 갈린다

 

다이어트 보조제를 고를 때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대개 기능성 원료와 함량, 가격이다. 무엇이 얼마나 들었는지, 한 번 섭취하는 데 얼마가 드는지부터 확인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내하는 체지방 감소 기능성 원료에는 가르시니아캄보지아추출물, 공액리놀레산, 녹차추출물, 키토산·키토올리고당이 있다. 가르시니아캄보지아추출물과 녹차추출물처럼 식물에서 얻는 원료가 있는 반면, 키토산·키토올리고당은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주의해야 하는 원료다.

 

기능성 원료가 식물에서 왔다고 해서 완제품까지 비건인 것은 아니다. 비건 여부가 갈리는 지점은 기능성 주원료 다음에 적힌 부원료와 제조 과정이다.

 

◇ 동물 유래 성분은 어디에 있나

 

건강기능식품에서 동물 유래 성분은 기능성 원료보다 제품의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무엇을 넣느냐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 만들지를 정하는 과정에서 비건 여부가 갈리는 셈이다.

 

젤리와 구미를 굳히는 대표적인 겔화제는 젤라틴이다. 주로 돼지나 소의 껍질과 뼈 등에 있는 콜라겐을 가공해 만든다. 식물성 대안으로는 과일에서 얻는 펙틴과 우뭇가사리에서 얻는 한천 등이 있다.

 

캡슐 피막에도 젤라틴이 널리 사용된다. 경질캡슐은 히드록시프로필메틸셀룰로스(HPMC)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겉모양만으로는 어떤 피막을 사용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정제 표면에 광택을 내는 셸락과 붉은색을 내는 코치닐추출색소(카민)도 확인 대상이다. 셸락은 락깍지벌레의 분비물에서 얻고, 코치닐추출색소는 연지벌레에서 추출한다. 정제의 광택은 카나우바왁스로, 색은 치자·강황·안토시아닌 등 식물 유래 색소로 낼 수 있다.

 

다이어트 보조제는 젤리와 구미, 캡슐, 정제 등 여러 형태로 판매된다. 씹거나 삼키기 편하고 반복해서 섭취하기 쉬운 제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부원료를 사용했는지가 제품의 비건 여부를 가를 수 있다.

 

◇ 성분표로 알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현행 건강기능식품 표시기준은 기능성을 나타내는 주원료를 먼저 적고, 나머지 원료는 제조할 때 많이 사용한 순서로 표시하도록 규정한다. 소비자가 비건 여부를 확인하려면 앞면의 기능성 문구보다 뒷면의 원료명과 캡슐 원재료를 함께 살펴야 한다.

 

성분명이 표시된다고 해서 유래까지 곧바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 대상 22종에는 게·새우와 돼지고기·쇠고기 등이 포함돼 있다. 해당 원료가 사용됐다면 알레르기 표시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셸락과 코치닐추출색소는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성분표에 이름이 적혀 있더라도 그 이름만 보고 곤충 유래라는 사실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정보에 가깝다.

 

원료의 세부 제조 과정과 가공보조제, 발효 배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의도적 혼입까지 더하면 소비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는 범위는 더 좁아진다. 안 본 것이 아니라, 표시만으로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 비건을 기준으로 삼으면 무엇이 남는가

 

식단에서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 소비자에게 매일 먹는 보조제도 식단의 일부다. 젤라틴으로 굳힌 젤리를 씹거나 젤라틴 캡슐을 삼킨다면 식단에서 세운 기준과 보조제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채식을 선택한 이유가 건강이든 환경이든 동물권이든 같은 문제가 남는다.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젤리는 젤라틴뿐 아니라 펙틴이나 한천으로 굳힐 수 있고, 경질캡슐 피막은 HPMC 등으로 만들 수 있다. 정제의 광택과 색을 내는 데도 식물 유래 대안이 있다. 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이 동물과 식물에서 각각 나온다면 어떤 원료를 선택했는지는 제형 설계의 일부가 된다.

 

비건 인증은 소비자가 다 읽을 수 없는 영역을 제3자가 대신 확인했다는 표시다. 식약처는 2023년 ‘식품의 비건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비건 표시에 필요한 최소 요건을 제시했다. 다만 인증기관마다 심사 범위와 교차오염 관리 기준은 다르다.

 

비건 액션은 첨가물과 하위 원료, 가공보조제, 발효 배지 등에 관한 자료를 심사한다. 브이라벨은 원료와 생산 공정을 검토하며 동물성 왁스와 동물 유래 착색료, 동물성 담체·첨가물 등을 배제 대상으로 둔다. 확인 가능한 동물성 성분의 비의도적 혼입은 완제품의 0.1%를 넘지 않도록 기준을 두고 있다. 이는 브이라벨의 기준으로 모든 비건 인증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수치는 아니다.

 

인증 마크는 ‘이 제품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소비자 혼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항목을 제3자가 확인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동물 유래 원료의 사용 여부와 제조 공정을 살피는 절차이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증하는 제도도 아니다. 공유 설비를 허용하는 인증도 있어 알레르기 안전을 뜻하지 않는다. 기능성, 비건 여부, 알레르기 정보는 각각 따로 확인해야 한다.

 

◇ 배제는 곧 설계다

 

비건을 기준으로 삼는 일은 무엇을 제외했는지 살피는 데서 시작한다. 젤라틴을 빼고, 셸락을 빼고, 코치닐추출색소를 뺀다.

 

이들 성분은 그냥 빠지지 않는다. 젤라틴을 제외하려면 굳히는 방법을 바꿔야 하고, 셸락을 제외하려면 코팅 방식을 바꿔야 한다. 코치닐추출색소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색을 내는 원료도 다시 선택해야 한다. 배제할 성분의 목록은 제품 설계를 바꾸는 목록이기도 하다.

 

성분표의 뒷부분은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이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선택했는지, 누구를 염두에 두었는지가 적힌 자리다. 다이어트 보조제를 고르는 또 하나의 기준으로 비건을 놓는다는 것은 결국 그 선택과 과정을 확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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