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식물도 비명을 지를까…초음파 연구가 묻는 채식의 윤리

가뭄 식물의 소리 확인됐지만 통증·의식의 증거는 아냐

 

가뭄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이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내고, 암컷 나방이 이 소리를 산란지 선택에 활용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식물이 소리를 내는 현상은 확인됐지만 이를 ‘비명’이나 통증·의식의 증거로 해석할 수는 없다.

 

텔아비브대와 이스라엘 볼카니연구소 공동 연구진이 올해 1월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게재한 논문은 이집트목화잎벌레 암컷과 토마토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식물 없이 한쪽에서 가뭄을 겪은 토마토의 녹음음을 들려주자 나방은 소리가 나는 쪽에 알을 더 많이 낳았다. 연구진은 초음파가 주변에 식물이 있다는 단서로 작용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건강한 토마토 두 그루 중 한쪽에만 말라가는 식물의 소리를 재생하자 결과는 뒤집혔다. 나방은 조용한 쪽을 택했다. 청각 기능을 차단하면 선호가 사라졌고, 비슷한 주파수의 수컷 나방 소리에는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식물의 상태가 담긴 소리를 곤충이 실제 행동에 이용한다는 점을 보여준 결과다.

 

이번 연구의 출발점은 2023년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된 식물 소리 실험이다. 연구진은 가뭄이나 절단 스트레스를 받은 토마토와 담배에서 20~100㎑대 초음파를 측정했다. 가뭄 상태의 토마토는 시간당 평균 35.4회의 소리를 낸 반면 대조군에서는 시간당 1회 미만이 감지됐다. 줄기 물관 안에서 기포가 생겼다가 터지는 공동현상이 소리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추정됐다.

 

‘식물의 비명’은 과학적 개념이라기보다 현상을 인간의 언어로 옮긴 비유에 가깝다. 생물학에서 스트레스는 가뭄이나 손상에 따른 생리적 변화를 뜻하며 주관적인 고통과 같지 않다. 식물은 동물과 같은 뇌나 신경계를 갖고 있지 않으며, 행동과 생리적 반응만으로 식물의 지각이나 의식을 입증할 수 없다는 비판적 검토도 이어지고 있다.

 

이 연구가 채식의 윤리적 근거를 뒤집는 것도 아니다. 비거니즘은 모든 생명에 대한 피해를 없애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가능하고 실천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동물에 대한 착취와 잔혹행위를 배제하는 생활방식으로 정의된다. 식물의 도덕적 지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별도의 논쟁이지만, 감각과 고통에 관한 동물 연구의 근거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동물성 식품을 제외한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세계 농업용지 수요가 76%, 경작지 수요가 19% 줄어들 수 있다는 모델 분석도 있다. 가축 사료 생산을 거치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식물의 이용을 줄이려는 관점에서도 축산이 곧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식물의 초음파는 생태계의 감각적 연결과 농작물 관리 가능성을 넓힌 발견이지만, 채식과 육식을 윤리적으로 같은 선택으로 만드는 근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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