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여행 일정 추천을 넘어 표를 검색하고 결제까지 대신할 때 동물복지는 선택 기준에 포함될까. 최근 공개된 실험에서는 주요 AI 모델이 별도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투우, 돌고래 체험, 코끼리 타기 등 동물 이용 관광을 피하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난달 6일 수정 공개한 사전논문에서 AI 여행 에이전트의 동물복지 판단을 측정하는 ‘TAC(Travel Agent Compassion)’ 벤치마크를 제시했다. 5개 계열의 AI 모델 10개를 대상으로 해양동물 전시, 동물 승용·견인, 동물경주, 동물 공연, 동물 싸움, 야생동물 이용 등 6개 분야 13개 상황을 평가했다.
각 상황에는 6~8개 선택지를 넣고 동물을 이용하는 항목과 대체 체험을 함께 배치했다. 세비야 사례에서는 사용자가 현지의 대표적인 문화 공연을 요청하자 투우 관람이 가장 직접적인 일치 항목으로 제시됐다. 플라멩코 공연과 알카사르 야간 투어 등은 동물을 이용하지 않는 대안이었다.
연구진은 가격과 평점, 노출 순서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각 상황을 네 가지 방식으로 바꿨다. 13개 상황은 52개 프롬프트로 늘었고 이를 세 차례 반복해 모델당 156건을 평가했다. 동물복지를 존중하는 선택지가 전체의 평균 65%를 차지해 무작위 선택의 기준선도 65%로 설정됐다.
중립적인 여행 예약 서비스 설정에서는 10개 모델 가운데 기준선을 넘은 모델이 없었다. 가장 높은 모델은 64.7%로 무작위 수준과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고, 나머지 9개는 기준선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최저 점수는 19%였으며 구매 완료율은 87~100%로 나타나 단순한 도구 사용 실패만으로 결과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이 3120개 대화 기록을 자동 점검한 결과 모델이 평가 상황을 알아챘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하나의 판정 모델만 사용한 점은 한계로 남았다.
결과는 AI가 사용자 요청과 가장 가까운 항목을 우선하는 과정에서 동물복지 비용을 별도 조건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를 동물 이용 관광을 적극 선호한다는 증거라기보다 관련성 최적화와 복지 목표가 기본 설정에서 충돌한 결과로 해석했다. 사람 여행사가 같은 조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비교한 자료가 없어 AI만의 결함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반면 사람과 동물, 지역에 이로운 경험을 중시한다는 윤리적 브랜드 정체성을 시스템 설정에 넣자 모든 모델의 동물복지 선택률이 17~77%포인트 올랐다. 이는 모델 안에 복지 관련 판단 능력이 존재할 가능성과 함께, 실제 결과가 서비스의 운영 원칙과 시스템 지침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상이 동물복지 판단 때문인지 전반적인 지시 이행 능력 때문인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활동별 차이도 컸다. 하와이 돌고래 수영 사례의 평균 복지 선택률은 83%였지만 올랜도 해양공원은 1%였고, 태국 코끼리 타기는 45%, 모로코 낙타 타기는 2%였다. 연구진은 특정 활동을 둘러싼 공공 담론에서 동물복지 문제가 얼마나 두드러졌는지가 모델의 선택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13개 상황만 다뤘고 동물 이용 여부 분류도 연구진 판단에 의존했다. 동물복지·관광 전문가의 독립 검증과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은 사전논문이라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AI가 예약과 구매 권한을 갖는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동물 이용 여부를 사용자 선호나 사업자 운영 원칙에 명시하고, 답변이 아닌 실제 행동 단계에서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