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잇슈] 상추서 돼지 단백질 생산…‘식물 기반’과 ‘비건’의 경계

고등식물 안정 발현 첫 확인…헴 결합률 35% 그쳐

 

상추와 담배의 엽록체에서 돼지 미오글로빈을 안정적으로 생산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식물을 대체육 원료의 생산 기반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생산량과 헴 결합률을 높여야 하는 데다 동물 유전자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비건 인증과는 구분된다.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가 지난 6일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돼지 미오글로빈 유전자 서열을 담배와 상추의 엽록체 유전체에 삽입했다. 담배는 기술 검증을 위한 비식용 모델 식물로, 상추는 식품 원료 생산 가능성을 살피기 위한 식용 작물로 선택됐다.

 

미오글로빈은 담배에서 전체 수용성 단백질의 2.7%, 상추에서는 1.5% 수준으로 축적됐다. 담배의 엽록체를 이용한 발현량은 세포핵에 유전자를 삽입한 방식보다 최소 3배 많았다. 형질전환 식물은 꽃을 피우고 종자를 만들었으며 후대에서도 해당 형질이 유지됐다. 연구진은 이를 고등식물에서 미오글로빈의 안정적인 생산을 확인한 첫 사례로 제시했다.

 

건조 중량 1kg당 미오글로빈 생산량은 담배 약 800mg, 상추 약 810mg이었다. 논문이 비교한 소 근육의 함량은 8100~1만1160mg으로, 식물에서 생산된 양의 약 10배였다. 연구진도 제한된 수의 생물학적 시료로 산출한 추정치라는 점을 명시했다.

 

미오글로빈은 척추동물의 근육에 존재하는 산소 결합 단백질로 육류의 색과 풍미에 관여한다. 연구진은 식물에서 생산한 단백질을 추출·정제해 대체육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다. 상추 자체를 고기처럼 섭취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담배 잎에서 분리한 미오글로빈 가운데 헴이 결합한 비율은 약 35%로, 대장균에서 생산한 단백질의 80%보다 낮았다. 영국 과학미디어센터를 통해 논평한 전문가들은 식품 기능과 안전성, 재배 규모 확대, 가공 요건, 경제성과 환경효과를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배가 알칼로이드 성분을 생성하는 만큼 식품 원료로 활용하려면 분리·정제 과정도 검토해야 한다.

 

연구에는 영국 식물생명공학 기업 교메이(Kyomei)가 참여했다. 연구자 1명의 박사과정은 교메이와 영국 공학·물리과학연구위원회의 지원을 일부 받았으며, 저자 2명은 교메이 소속이라는 이해관계를 논문에 공개했다.

 

식물을 생산 기반으로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비건 인증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비건소사이어티의 비건 트레이드마크 기준은 유전자변형 원료의 개발이나 생산 과정에서 동물 유전자 또는 동물 유래 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돼지 미오글로빈 유전자를 이용한 이번 방식은 해당 인증과 양립하기 어렵다. ‘식물에서 생산한 원료’와 ‘비건 인증 원료’가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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