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식단 전환 막은 건 맛보다 ‘가족의 기억’이었다

육류 소비자 24명 면담…가족 전통이 식단 전환 장벽

 

식물성 식단으로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맛이나 편의성만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족 식탁과 명절 음식에 얽힌 기억, 문화적 정체성이 식단 전환을 ‘전통의 상실’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스털링대학교는 지난 7월 21일(현지시간) 정기적으로 고기를 먹는 성인 24명을 심층 면담한 연구를 공개했다. 논문은 같은 달 8일 학술지 ‘인간-동물 집단관계 심리학(PHAIR)’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의 음식 기억과 비건 생활방식에 대한 태도를 반구조화 면담으로 살피고, 답변을 반성적 주제 분석법으로 분석했다. 크리스마스의 칠면조처럼 특정 음식은 가족 모임과 축하, 고향의 감각과 강하게 연결돼 있었다. 고기 자체보다 그 음식을 함께 먹었던 경험이 애착의 중심인 경우가 많았다.

 

가족은 친구보다 식단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계로 인식됐다. 오랜 식사 관습이 있는 가족 모임에서는 비건 식단이 갈등이나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더 크게 느꼈다.

 

참여자들이 기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도록 하자 다수는 비건 대안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같은 사회적 경험과 정서를 재현할 수 있다면 특정 동물성 재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익숙한 명절 음식과 문화적 요리를 식물성 재료로 재구성하는 방식이 전환의 심리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건강·환경·동물권 정보만 제시하기보다 가족과 공동체의 기억을 이어갈 방법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24명을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여서 전체 육류 소비자의 태도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식물성 식단 확산을 위해 제품의 맛과 가격뿐 아니라 음식이 지닌 관계와 의례의 가치까지 살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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