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손상된 부분을 다시 자라게 하고 수명이 끝나면 땅에서 분해될 수 있을까. 버섯 등 균류가 뻗어내는 실 모양 조직인 균사체의 생명활동을 유지하면서 재단과 봉제가 가능한 직물이 개발됐다. 동물성 가죽을 대체하는 데 머물렀던 균사체 소재가 스스로 표면을 갱신하는 ‘활체 소재’로 확장된 것이다.
중국과학원 선전선진기술연구원 연구진은 번데기동충하초 균사체로 만든 직물 플랫폼을 7월 2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균사체는 가느다란 실 모양의 균사가 서로 얽혀 형성한 조직이다.
연구진은 액체 배양 과정에서 만들어진 균사체 덩어리를 틀에 넣고 낮은 에너지로 건조해 시트 형태로 만들었다. 여기에 유연성을 높이는 글리세롤을 처리하자 소재를 접거나 비틀고 자른 뒤 봉제할 수 있었다. 기존 균사체 소재가 열이나 화학 처리 과정에서 생명활동을 잃는 것과 달리 가공 후에도 일부 균사가 다시 자랄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하면 직물 표면에 새로운 균사가 자라 손상된 층을 갱신했다. 비교적 큰 구멍에는 새 균사체를 채운 뒤 다시 배양해 끊어진 부분을 연결했다. 별도 조치 없이 옷이 저절로 복구되는 방식은 아니지만, 생물의 성장을 수선 과정에 이용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표면에 자란 균사의 미세 구조는 물방울이 쉽게 굴러가는 소수성을 나타냈다. 연구진이 측정한 물 접촉각은 약 145도로, 합성 코팅 없이 오염을 줄이는 자가 세정 기능으로 이어졌다. 색소를 만드는 효모를 결합해 여러 색상의 무늬를 만들고, 멜라닌을 생성하는 검은누룩곰팡이를 활용해 자외선 흡수 성능도 더했다.
각 기능을 적용한 균사체 시트는 재단과 봉제를 거쳐 드레스 시제품으로 제작됐다. 균사체 의류 자체는 앞서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이번 연구는 완성된 소재에 생명활동을 남겨 표면 재생과 기능 변경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빠른 생분해성은 장점이자 상용화 과제다. 연구팀이 같은 소재로 만든 작은 상자를 토양 5㎝ 아래에 묻자 41일 동안 형태가 거의 사라졌다. 세탁과 마찰을 견뎌야 하는 일상복에는 아직 적합하지 않으며 제조 균일성, 오염 관리, 생명활동을 원하는 시점에 조절하는 기술도 보완해야 한다.
당장은 의류보다 사용 기간이 짧은 포장재와 전시 구조물, 예술 직물 등에 활용 가능성이 크다. 연구가 보여준 미래의 옷은 오래 버티는 물건을 넘어 필요할 때 자라고 고쳐지며 사용 후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