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공공조달 개편안에 식품의 영양과 생산 방식, 동물복지를 구매 조건에 반영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겼다. 식재료 규격부터 납품업체 선정, 계약 이행까지 품질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 9일(현지시간) 공개한 제안은 기존 공공조달 관련 지침 3개를 하나의 규정으로 통합하는 내용이다. 식품 조달을 다룬 제53조에는 공급망의 공정성과 투명성, 농가에 대한 공정한 보상, 유기농 생산 방식, 영양 가치, 신선도와 계절성, 동물복지 등이 고려 항목으로 제시됐다.
구매기관은 계약 대상과 관련된 범위에서 이 항목들을 식품 규격이나 낙찰자 평가 기준, 계약 이행 조건에 반영할 수 있다. 식재료 자체의 특성과 함께 생산·공급 과정도 구매 조건에 포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낙찰자 선정에서는 가격과 품질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 원칙으로 제시됐다. 제98조는 품질 평가에 전체 배점의 최소 30%를 부여하도록 했다. 다만 규격이나 계약 이행 조건 등으로 품질을 확보할 수 있으면 예외를 허용하며, 구매기관은 그 근거를 입찰 공고에 명시해야 한다.
제53조에는 식물성 식품의 의무 구매 비율이나 비건 메뉴 제공 의무가 담겨 있지 않다. 영양과 동물복지를 구매 기준에 넣을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급식 이용자의 식물성 메뉴 선택권을 직접 보장하는 규정은 아니다.
국제 식생활 전환 단체 프로베그 인터내셔널은 같은 날 식품 조달을 별도 조항으로 다룬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학교·병원 등의 식물성 단백질 선택지 확대를 위해서는 구매기관의 재량에 맡겨진 환경·사회·건강 기준을 더 명확하고 구속력 있게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편안은 앞으로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입법 논의를 거친다. 식품 구매에 적용할 구체적인 요건과 가격·품질 평가의 예외 범위도 이 과정에서 논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