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비건 인구가 150만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음주문화에서도 비건 열풍이 불고 있다. 곡물이나 과일로 담그는 술이 어째서 비건과 논비건으로 나뉘는 걸까.
맥주는 곡물인 맥아를 발효해 만든 술이라 비건 제품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맥주의 성분 자체에는 동물성 재료가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양조 과정에서 침전물을 제거할 때 물고기의 부레풀(isinglass)이 사용된다. 부레풀은 물고기의 부레(공기주머니)다. 이 때문에 포함성분은 물론 제조 과정에서 그 어떤 동물의 희생도 용납지 않는 비건의 기준으로 보자면 맥주는 비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는 맥주뿐만 아니라 와인을 비릇한 타 음료도 마찬가지다. 이에 글로벌 맥주 기업 기네스는 비건 맥주 주조를 위해 256년간 이어 온 레시피를 바꾸기도 했다. 기네스맥주는 2015년부터 생산하는 맥주의 양조 과정에서 부레풀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비건을 위해 부레풀을 사용하지 않는 맥주는 미국 버드와이저, 일본 아하시맥주, 중국 칭따오맥주, 태국 싱하맥주, 필리핀 산미구엘맥주 등이다. 국내에서는 OB맥주 제품 카스가 부레풀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맥주다.

비건을 위한 와인도 등장했다.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 비건이 아니라니 이해가 쉽지 않다. 비건 와인을 이해하려면 ‘내추럴 와인’에 대해 사전 숙지해야 한다. 내추럴 와인은 주조 과정에서 최대한 인위적인 개입이 없이 만드는 와인이다.즉, 유기농법을 사용하는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병입 과정에서 첨가하는 아황산염을 넣는 것 외에 아무것도 첨가하거나 제거하지 않고 생산한 와인이다. 옛날 방식대로 자연스럽게 발효해 포도즙에 가까운 순수 와인이다.
동물 보호 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비건 와인은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와인이다. 상당수 와인의 정제 과정에서는 동물성 재료인 청징제가 사용된다. 청징제는 우유 단백질(카세인), 갑각류 껍질에서 채취한 섬유(키틴), 달걀 흰자에서 추출한 단백질(알부민), 생선 부레로 만든 젤라틴 등 종류가 다양하다. 비건 와인은 동물성 청징제를 벤토나이트나 카올린 같은 점토기반 청징제 또는 식물성 가세인, 실리카젤, 활성탄 등으로 대체한다.

국내에서는 하이트진로가 비건 와인을 내놨다. 하이트진로 ‘제라르 베르트랑 나뚜라에’는 포도 재배부터 병입까지 와인 주조 전 과정에서 동물성 제품 사용을 제한했다. 이는 가치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자연친화를 내세운 ‘비거노믹스(veganomics·비건과 경제를 합친 신조어)’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