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혁명 이후 지구의 온도가 0.85도나 올랐다. 겨우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이는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아주 작은 기온 변화도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과학자가 밝혀냈다. 인간이 자초한 재앙, 이 시각 지구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편집자주]

지구온난화의 여파가 북극에도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극 바다를 덮고 있던 해빙의 상당부분이 녹았으며, 수온이 따뜻해져서 태평양에 살던 해양생물이 나타났다. 대기 중에는 극초미세먼지 농도까지 높아졌다.
태평양에 서식하는 동물플랑크톤이 북극해 서쪽 입구인 축치해(Chukchi Sea)에서 대량 발견됐다. 축치해는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 사이 배링해협 북쪽에 위치한 바다다. 북극항로의 두 갈래, 북서항로와 북동항로가 모두 지나는 곳으로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

지난 8월 극지연구소는 강성호 박사 연구팀이 2014~2016년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베링해에서 축치해로 이동하며, 바닷물과 동물플랑크톤을 채집하고 수온과 염분 변화를 관측했다고 밝혔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동물플랑크톤은 태평양 베링해에서 주로 출현하던 요각류 유칼라누스 번지(Eucalanus bungii)다. 북극 축치해에서 무려 1m3당 평균 843마리가 확인됐다. 축치해에서 발견된 양으로 보면 역대 최대다.
강성호 박사 연구팀은 북극해에서 낯선 유칼라누스 번지가 나타난 이유로 수온변화를 꼽았다. 여름철 베링해의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축치해 또한 수온이 이전보다 따뜻해진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여름철 축치해의 수온이 2℃ 이상 상승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북극해 수온이 상승하면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가령 바다에 서식하는 동물플랑크톤이 늘어나 수산자원이 풍족해지고 바다를 덮고 있는 얼음 해빙이 녹아 북극항로를 개척하기에 수월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기후변화다. 해빙이 감소하면 북극의 대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불안정하게 만들어 기후변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
극지연구소의 김지훈, 양은진 박사는 “대량 발견된 요각류 유칼라누스 번지는 북극 해양생태계에 지구온난화가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 척도라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축치해 인근의 해빙은 꽤 많이 녹은 상태다. 아라온호 북극항해연구팀은 축치해는 물론 다른 북극 바다의 해빙 면적이 육안으로 알아챌 만큼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북극 해빙은 햇빛을 반사해 지구 기온을 조절하고 대기를 안정시킨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계속해서 해빙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7월 북극 해빙의 면적은 인공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작은 규모의 7월로 기록됐다.
북극 해빙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북극 국제공동연구 모자익(MOSAIC) 프로젝트에 활용되는 아리랑5호 위성에서 관측된 탐사자료에 따르면, 해빙의 변화가 예상보다 훨씬 역동적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쇄빙연구선 폴라스턴(Polarstern)호는 2019년 9월 탐사를 시작하며, 북극해 약 2500km 거리를 무동력으로 표류하면서 북극의 환경변화를 종합 관측하고 있다.
지난 3월 모자익 프로젝트에 참여한 극지연구소의 북극해빙예측사업단에 따르면, 폴라스턴호가 정박해있던 다년생 해빙에서 다수의 파쇄선이 발견됐다. 본래 다년생 해빙은 형성된 지 2년 이상 지나 여름에도 잘 녹지 않으며 단단하고 두꺼워 쇄빙선이 쉽게 지나가지 못한다. 사업단은 “해류의 바람과 같은 외부 힘과 해빙 조각 간의 상호작용으로 해빙 내부 힘의 균형이 붕괴됐다. 파쇄선이 발견됐으며 다년빙과 단년빙이 접하는 곳에 단면을 따라 얼음조각이 중첩돼 빙맥(ridge)도 생성됐다”고 전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학의 블라디미르 로마노프스키 교수는 캐나다 북극이 예측보다 70년 일찍 녹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온이 지금처럼 빠르게 높아질 경우 북극 해빙이 급격히 녹아 단 시간 내에 북극 지형이 바뀔 수 있다. 이에 따라 해양 생태계가 변화하고 해안가는 붕괴될 수 있다.
◆ 대기질도 나빠졌다

북극의 변화는 하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북극 바다 하늘에서도 극초미세먼지가 발견됐을 뿐만 아니라 그 출처가 북극권 내부로 밝혀졌다. 학술지 대기화학물리학(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 5월호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북극내륙의 강과 툰드라에서 배출되는 전구물질이 극초미세먼지의 주 원인이었다. 여기에 북극바다에 사는 플랑크톤도 극초미세먼지 생성을 돕고 있었다. 극초미세먼지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1마이크로미터 미만의 미세먼지다. 태양광 산란이나 구름 생성, 인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북극은 지구온난화에 취약한 곳으로 알려졌다. 북극을 덮은 해빙은 지난 40년 동안 면적의 40%가 사라졌다. 북극의 온난화 현상은 극초미세먼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 배출되는 전구물질도 증가해 극초미세먼지 생성도 더 빨리,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메탄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메탄가스와 수온 등이 가둬져 있는데, 해빙이 녹으면서 대량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로마노프스키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녹고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는 5%가량 더 심화될 수 있다.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