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 트렌드에 발맞춰 전세계 대체육 시장이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인 CFRA는 2018년 약 22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30년 116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채식 메뉴가 등장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점도 앞다퉈 채식버거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체육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축산업자들이 고기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 ‘버거’, ‘소시지’ 등 육류를 연상시키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반발하며 법 제정 공방으로 번졌다.
이에 오는 21일 유럽의회가 ‘식품 표기 개정안’을 투표로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육류 대체품에 ‘햄버거’ ‘스테이크’ ‘커틀렛’ ‘소시지’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하자는 것이다. 이번 안은 투표를 통과한 뒤 유럽의회와 EU 정부 간 합의를 거치면 실제 법률로 효력을 낼 수 있다.
축산업계 관계자들은 식물성 대체육에 육류 관련 용어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주장한다. EU농업협동조합협회(COPA-COGECA)는 “육류 제품 명칭을 보호하지 않으면 수년간 축산업계와 육류 가공업자가 이룬 노력과 명성을 빼앗길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니레버, 네슬레 등 식물성 대체육 기업은 “베지 버거라는 용어를 이미 오랫동안 사용됐고 소비자들이 환경 친화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규제안이 그동안 소비자에게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용하도록 돕는 EU 정책에도 위반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번 규제안이 통과되면 식물성 패티는 ‘디스크’로 식물성 소시지는 ‘핑거스’ 등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데 갑작스럽게 명칭이 바뀌는 것이 소비자에게 더 큰 혼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럽연합(EU) 소속국 사이에서도 대체육 명칭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018년 프랑스는 대체육에 고기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반면 네덜란드는 채식 표기를 명기한다는 조건 하에 대체육에 고기 용어를 붙일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에서도 대체육 명칭을 두고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다. 2019년 미국 목장주 연합은 농무부에 육류의 정의에서 대체육을 빼달라고 청원을 제기했다. 이에 미시시피, 미주리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대체육 제품에 고기 용어를 표시하지 못하도록 해 농부들과 로비스트간의 충돌이 야기됐다. 이후 미시시피 주에서는 다시 규제를 푸는 등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