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 정상 인근과 계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지난 20일 학술지 셀프레스 원어스(One earth)에 논문을 게재한 영국 플리머스대학 연구팀은 에베레스트산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대부분이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등산복과 장비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우리 시대의 핵심적인 환경 이슈다. 미세플라스틱은 깊은 바닷속은 물론이고 프랑스 피레네산맥과 남극의 얼음 핵에서도 발견됐다. 이제 더이상 지구상에서 청정지역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플리머스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에베레스트산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은 대부분 등산복과 장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지구상 가장 외딴 지역에도 인간의 영향이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
한때 에베레스트산은 청정지대였다. 에베레스트산은 1953년 알려진 이후 인기가 점차 커지기 시작해 1990년대에 국제 가이드들이 상업적 여행을 안내하면서 더욱 치솟았다. 2019년에는 네팔에서 총 772건의 등산 허가가 발급됐고 총 등산객 660명이 정상에 올랐다. 수십 년간 관광객이 몰리면서 에베레스트산에는 쓰레기가 점차 쌓이게 됐다. 쓰레기의 상당 부분은 플라스틱 소재다. 사용감이 많은 텐트나 밧줄, 사용한 산소통, 깡통, 유리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됐다.
해발 약 8000m 사우스콜 캠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에베레스트를 찾는 관광객은 크게 늘었다. 관광객이 늘면서 지역경제에 상당한 이익이 됐지만 반대로 관광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미세플라스틱이 에베레스트산에 미치는 환경적인 영향은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플리머스대학 연구팀은 “과학적으로 측정해 에베레스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높은 곳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사례다”라고 설명했다.
◆ 쓰레기 쌓여가는 해발 8440m
플리머스대학 연구팀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의 정상 부근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해발 8440m 높이 정상까지 가는 길을 따라 여러 베이스캠프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에베레스트 발코니로 알려진 정상의 턱밑 지점에서도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나온 것이다. 이모젠 나퍼 박사와 동료 연구팀은 2019년 여름 에베레스트산에서 눈 샘플 11개를 수집해 분석했다. 샘플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은 검출됐다. 특히 베이스캠프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는데, 리터당 최대 79~119개까지 나왔다.
산에 쌓인 눈과 계곡에서 얻은 샘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미세플라스틱은 폴리에스테르였다. 56%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크릴(31%), 나일론(9%), 폴리프로필렌(5%)이 그 뒤를 이었다. 샘플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길이 36~3800μm, 직경 18~2000μm이었다.

미세플라스틱 섬유는 보통 합성소재로 만든 옷에서 방출되며 마모나 세탁을 통해 환경으로 유입된다. 그뿐 아니라 대기로 직접 방출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걷기와 같은 일반적인 활동을 20분간 하는 것만으로도 옷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될 수 있다. 옷에서 직접 방출된 미세플라스틱은 바람을 따라 넓게 퍼지고 토양으로 흡수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워낙 크기가 작고 밀도가 낮아 바람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현재 연구팀은 부피가 큰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해된 것이 아닌 에베레스트산을 찾은 등산객의 옷과 장비에서 직접 방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플리머스대학 리처드 톰슨 교수가 이끈 연구에 따르면 옷을 세탁할 때보다 착용할 때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방출됐다. 옷을 입을 때 취하는 동작이나 일상생활에서 하게 되는 움직임으로도 20분간 섬유 1g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최대 400g까지 나왔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1kg 무게의 점퍼는 1년간 미세플라스틱을 10억 개까지 방출할 수 있다. 하루에 방출되는 양은 약 280만 개에 달한다.
◆ ‘플라스틱 지구’ 경고 나오는 이유
미세플라스틱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토양에서 자라는 각종 식물과 야생동물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미세입자는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독성을 축적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에베레스트산의 정상에서 연구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수년간 에베레스트산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된 것은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의 손길이 잘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오지에서도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트레킹이나 등산, 익스트림 스포츠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등산복과 등산장비 제조업체는 천연섬유나 미세플라스틱이 최소한으로 나오는 지속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영향이 적은 섬유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등산객이나 여행가부터 자신들의 탐험 활동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폐기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청정지역에 인간이 드나드는 것만으로도 미세플라스틱은 쌓이게 된다. 연간 등산객 수가 증가함에 따라 미세플라스틱 축적량도 증가하고 이에 따른 오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15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약 4억2000만 톤에 달한다. 플라스틱은 시간이 흐르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이에 현재 바다를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1조5000억~5조1000억 개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플라스틱 지구가 되고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 지금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