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팩트체크] 우유 못먹는 비건은 칼슘부족? "천만의 말씀"

  • 등록 2021.03.08 17: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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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들은 우유도 못 마셔서 어떡해요? 그러다 골다공증 걸리면 어쩌려고 쯧쯧.”

 

고기는 물론 유제품 섭취도 제한하는 비건이 종종 듣는 말이다. 소젖인 우유는 칼슘이 풍부하고 뼈 건강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이나 골다공증을 주의해야 하는 중년층 이상에게는 필수적인 섭취 식품으로 통한다. 정말 우유가 뼈 건강에 탁월한 효능이 있을까. 또 우유를 먹지 않으면 뼈가 약해질까. 

 

우유와 골다공증의 상관성 마케팅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 내 수많은 명사는 골다공증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우유 소비 촉진을 위해 우유 광고에 등장했다.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 영화 감독 스파이크 리, 모델 타이라 뱅크스, 농구 선수 패트릭 유잉, 데니스 로드먼 등 수많은 명사가 우유를 선전했다. 이는 우유가 뼈 건강에 필수적이라는 인식 제고로 이어졌다.

 

하지만 미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미국 흑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유를 통한 칼슘 섭취가 골다공증 감소로 이어진 증거는 없다. 즉, 우유 섭취가 골다공증 발생률을 낮춘다는 증거가 없다.

 

 

영국 ‘간호사들의 건강 연구’가 12년간 진행한 실험에서도 우유와 골다공증 간 상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유를 하루에 두잔 이상 마시는 모집단에 속한 여성들의 골반뼈 골절율이 일주일에 한잔 이하를 마시는 모집단보다 1.45배 높았다. 실로 실망스러운 실험결과다.

 

 

이처럼 낙농업계 주장과 달리 인간 뼈와 우유를 통한 칼슘 섭취는 규명할 만한 인과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뼈 건강을 위해서는 칼슘을 섭취해야 한다는 통념이 전 세계적으로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는 실제 과학자들의 실험 연구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톰 로이드 교수는 “우리는 칼슘을 더 많이 섭취하면 청소년의 뼈가 더 튼튼하게 된다는 가설을 세웠다”며 “가설이 틀렸다는 사실에 모든 연구진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우유가 야기하는 부작용은 제대로 비춰지지도 않고 있다. 먼저 인간은 선천적으로 성인이 되면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락타아제를 만드는 유전자 활동이 멈추기 때문인데 이는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분해효소결핍증’이다.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프거나 복부 팽만, 설사 등 증상이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성인의 10% 만이 우유를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내과의사협회장 닐 바너드 박사는 허위 유제품 광고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막농업계가 소의 젖에 백색 도료를 입히는 위험한 짓을 자행하고 있다”며 “산재한 ‘우유 수염 광고’들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혈압을 낮추며 운동감각을 높인다는 잘못된 주장을 여과 없이 전하고 있다. 하버드대학 간호사들에 관한 연구를 포함해 최근 연구 결과는 우유가 골절로 인한 부상을 막아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사 처방이 있어야 구할 수 있는 약품과 달리 우유를 판매하기 위해 만든 광고는 우유 부작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우유의 부작용이 수없이 많은데 그중 전립선암, 난소암, 당뇨병, 비만, 심장질환 발행 위험 등을 우선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낙농업계는 우유가 자연이 준 완전식품이라고 광고해 왔다. 하지만 젖소를 착취하는 일련의 과정은 설명하지 않는다. 시중에 판매되는 우유는 결코 ‘자연이 준’ 식품이 아니다.

 

인간이 건강을 위해 반드시 우유를 마셔야 한다는 낙농업계 주장은 허점이 많다. 우유 한 잔에는 칼슘이 300mg 가량 들어 있기는 하지만 흡수되는 비율은 32%인 96mg에 불과하다. 낙농업계 주장과 달리 이 정도 칼슘은 우유 반 잔에 해당하는 두부, 한 잔 반에 해당하는 브로콜리, 3분의 1잔에 해당하는 참기름 등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물론 낙농군은 다른 음식으로 하루 300mg 칼슘을 얻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지지하는 증거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충격적이다. 실제로 비건들의 칼슘 섭취에 관한 연구 조사가 상당수 존재한다. 여기에 비건의 하루 칼슘 섭취량이 300mg에 못 미친다는 결과는 한 건도 없다. 오히려 10건 연구결과에는 비건들이 하루에 최소 437mg부터 최대 1100mg까지 평균 672mg 칼슘을 섭취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있다.

 

무조건적으로 우유를 보이콧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알고 먹을 필요는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우유는 자연스럽게 생산된 소의 젖이 아니다. 전 세계 수많은 젖소는 비좁은 공간에서 채 성숙하기도 전에 강제로 임신당해 젖을 착취당한다. 갓 낳은 새끼와도 불과 몇 시간 만에 생이별한다. 젖량을 늘리기 위해 풀이 아닌 동물성 사료를 먹는다. ‘우유 제조기’로써 기능을 다하면 소모품처럼 도축장에 보내져 고기가 된다. 일생을 희생한다.

 

 

광고에 따르면 이렇게 착취한 소젖은 인간 건강에 필수적인 식품이다. 그런데 이 광고는 근거가 없다. 미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은 “광고하는 모든 식품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배도 한때는 건강에 좋은 제품으로 광고됐다. 1970년대까지 미국 의사들은 담배가 목 건강에 좋다며 권유했을 정도다. 우유가 정말 하얀 보약이자 자연이 선물한 완전식품일까, 그저 송아지가 먹었어야 할 어미젖일까.

권광원 kwang@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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