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극지방은 물론, 인체서도 발견' 미세플라스틱

2022.06.15 10:22:28

 

[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과거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하던 플라스틱이 현재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플라스틱 폐기물과 더불어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심각성과 위험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사전적 의미는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이다. 보통 200㎛ 이하가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미세 플라스틱으로 제조됐을 수도 있고 큰 플라스틱 제품이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에 의해 잘게 부서지면서 생성되기도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용품에도 포함돼 있는데 예컨대 150mL 제품에는 대략 28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미세플라스틱', 바다 생태계 위협 

 

 

미세플라스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해양 생태계에 교란을 불러일으킨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부표 등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에서 생활하는 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5년 영국에서 발표된 ‘해양 속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국제 목록’ 논문에 따르면, 바다속에는 최소 15조~최대 51조의 미세 플라스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매년 바다속에는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800만 톤에 달한다는 UN의 발표를 미루어보아 현재 훨씬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 생물들은 자연스럽게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며 이는 먹이 사슬을 타고 다시 해양 생물을 먹이로 삼는 바닷새와 바다 포유류에까지 미세플라스틱이 흘러 들어가게 된다. 바닷새의 일종인 알바트로스 새의 배 안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사진은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심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지난 201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꼽히는 마리아나 해구를 비롯해 수심 6000m를 넘는 다른 5개의 심해(深海)를 탐사한 결과 연구원들은 그곳에 사는 갑각류 ‘하퍼’의 몸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고 해양생물들은 모든 지역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했다고 밝혔다.

 

◆ 인간 체내에 흡수·축적되는 '미세플라스틱'

 

 

인간은 어떨까?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 동안 삼키는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는 2000개에 달한다. 무게로 따지면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5g 정도다. 미세플라스틱이 더욱 치명적인 사실은 바로 인체 흡수된다는 점이다. 물론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생선, 새우 등 해양 생물이 인간의 식탁 위에 올라와 미세플라스틱을 직접 섭취할 수 있겠지만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22명의 혈액 표본을 분석한 결과 약 80%인 17개 표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바 있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혈액을 타고 신체 내부를 돌아다니거나 특정 장기에 머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혈액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성분은 PET가 절반 이상의 표본에서 발견됐고, 표본의 3분의 1 이상에서는 PS, 4분의 1에서는 포장용 랩에 주로 쓰이는 폴리에틸렌(PE)이 발견됐다.

 

한국소비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150㎛ 이하이면 소화관 내벽을 통과할 수 있고, 0.2㎛ 이하이면 체내 조직으로 흡수돼 국부적 면역체계 이상, 장 염증 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특히 0.1㎛ 미만이면 위장관 림프 조직을 통해 간, 비장, 심장, 폐, 흉선, 생식기관, 신장, 뇌로 이동할 수 있고 혈액뇌장벽은 물론 태반 장벽도 뚫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은 인체에 무해할까? 아니다. 지난해 12월 이다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희귀난치질환연구센터 선임연구원팀이 '유해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한 실험에 따르면 초미세플라스틱(1~5㎛)이 모유 수유를 통해 뇌 조직 등 자손의 여러 장기에 축적되고, 많은 양이 축적됐을 때 자손의 '뇌 발달 이상'까지 발견됐다. 지난 2월 한국원자력의학원 김진수 방사선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팀은 미세플라스틱이 영유아에 발생하는 난치성 신경발달장애인 자폐스펙트럼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밖에도 미세플라스틱은 그 자체 만으로도 화학적 영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플라스틱에 포함된 첨가제 중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 등은 대표적인 내분비계교란물질(환경호르몬)로 비스페놀A는 갑상선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고, 생식 독성과 발달장애 및 심혈관계질환을 유발한다. 또한 프탈레이트는 생식계 발달장애, 기형 등 다양한 독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 극지방서도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병원균 옮겨 더 큰 문제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에만 존재할까? 이 또한 아니다. 잘게 부서져 가벼워진 미세플라스틱은 바람을 타고 지구 어디에서나 발견되고 있다. 최근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연구팀이 2019년 남극 로스 빙붕 19곳에서 채취한 눈 샘플 모두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하면서 남극에 내리는 눈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연구원들은 녹은 눈의 1리터당 평균 29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발견했다. 

 

그동안 다양한 연구를 통해 남극 심해 퇴적물, 해양 퇴적물, 바다, 지표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적이 있지만, 남극 대륙의 눈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플라스틱이 분해될 때 형성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지구의 해양 환경과 기후, 생물체에 생태학적 피해를 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남극과 북극 등 극지방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은 병원균을 옮기는 역할을 할 수 있어 더욱 심각하다. 지난 4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 수의과학대, 보데가 해양연구소, 네브래스카대 수의대, 캐나다 토론토대 진화생물·생태학과 공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들을 바다로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신경정신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기생충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 호흡장애나 위장염을 일으키는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 설사나 담낭염이 일어나게 하는 지알디아(Giardia)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원인균과 원형 미세 플라스틱·선형 미세섬유를 분석해 병원체와 바닷물 속 플라스틱의 연관성을 알아봤다. 그 결과 미세 플라스틱과 미세섬유 모두에 세균이나 기생충 등 육지 병원체가 달라붙을 수 있으며, 특히 알갱이 형태의 미세 플라스틱보다는 미세섬유에 더 잘 달라붙어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이같은 플라스틱 문제를 줄이기 위해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 3월 유엔은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을 막기 위한 첫 국제 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협약은 플라스틱 제품 생산부터 재활용·폐기까지 전 과정을 다루며,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도 다룰 예정이다. 국가와 기업들이 재활용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한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이번 협약은 '역사적'이며 파리기후협약 이후 가장 중요한 협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영 min@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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