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명석 기자] 유령의 원한을 풀어주던 노무사 노무진(정경호). 그가 마주한 가장 시리고 아픈 현실은, 바로 등잔 밑에 있었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집을 나서는 엄마의 비밀을 쫓던 그의 발걸음이 멈춘 곳에서, 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시험지를 발견한다.
지금까지 노무진에게 '노동 문제'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였다. 유령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통해 공장과 병원에서 스러져간 영혼들의 한을 풀어주며, 그는 노무사로서의 사명감을 막 싹틔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명감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삶을 향한 것이었다.
모든 것은 아빠의 의심 섞인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주말마다 곱게 차려입고 나가는 엄마 양은자(전국향)의 행선지를 궁금해한 것. 무진은 가벼운 마음으로 엄마의 뒤를 쫓았지만, 그 미행의 끝에서 마주한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엄마가 향한 곳은 대학교 강의실이었다. 그곳에서는 엄마를 비롯한 청소 노동자들이 교양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공간, 그리고 그보다 더 어울리지 않는 상황. 무진은 익숙지 않은 문제 앞에서 쩔쩔매는 엄마의 뒷모습을 그저 안쓰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었다. 인격을 모독하고 존재 가치를 증명하라 강요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었다. 청소 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한 수모가 눈앞에 펼쳐지자, 무진의 안쓰러움은 순식간에 경악으로, 이내 들끓는 분노로 변해갔다.
이 장면에서 베테랑 배우 강애심과 안내상이 각각 동료 청소 노동자인 김영숙과 오장근으로 분해, 현실의 무게감을 더한다. 이들의 존재는 무진 엄마의 문제가 개인의 것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임을 암시하며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제작진이 밝혔듯, 이번 5회는 노무진이 타인의 고통을 넘어 가족의 일로 노동 문제를 직접 체감하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제 노동 문제는 그에게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아들의 이름으로 마주한 엄마의 눈물은, 노무사 노무진을 어떤 길로 이끌게 될까.
그 처절한 각성의 순간은 내일(13일) 금요일 밤 9시 50분, MBC '노무사 노무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