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 최유리 기자] 버섯이 플라스틱이나 가죽 같은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 연구진은 치마버섯(Schizophyllum commune)에서 유래한 균사체(mycelium)를 이용해 생분해성 필름을 제작하고, 유전 조합에 따라 물성(物性)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치마버섯은 2만3천 개 이상의 교배형(mating type)을 지닌 유전적 다양성의 보고다. 이 버섯에서 자라는 균사체는 고밀도의 섬유망을 형성하는데, 이를 화학 처리하면 고체 상태의 필름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재배해도 최종 소재의 강도, 유연성, 방수성 등 물성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핵균주 4종과 이핵성 후손 12종 등 총 16종의 균주를 교배하고, 필름의 품질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균주의 핵 DNA와 미토콘드리아 DNA가 모두 필름의 물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정 유전 조합을 선택하면 목적에 맞는 맞춤형 소재 설계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액체 배양 방식을 통해 12일간 균사체를 배양한 뒤, 폴리에틸렌글리콜(PEG)과 글리세롤이라는 두 가지 가교제를 적용해 필름을 제작했다. PEG 처리 필름은 강하지만 잘 깨지는 반면, 글리세롤 처리 필름은 부드럽고 유연한 특성을 보였다.
특히 PEG로 처리한 αδ 균주는 41% 이상의 연신율을 기록했으며, γ 계열 균주에서는 높은 에너지 흡수 성능을 보이는 필름이 생성되기도 했다.
또한, 각 조합은 수분 반응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PEG 필름은 초흡수성을 보여 빠르게 물을 흡수했고, 글리세롤 필름은 77도 수준의 접촉각을 유지하며 일정한 수분 저항성을 나타냈다.
지앤핑 쉬(Jianping Xu) 맥마스터대학교 생물학 교수는 “자연에 존재하는 유전적 다양성을 활용하면, 특정 용도에 맞춘 다양한 종류의 생분해성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생물자원·바이오제품 저널(Journal of Bioresources and Bioproducts)에 게재됐다.